[도시 경쟁력을 높여라-부산] '기독교 올림픽'도 벡스코서 열린다
입력
수정
110개국 5000명 참가 대회 유치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는 '기독교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110개국에서 5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행사로,통상 대형 행사로 치는 1000명 규모의 5배에 해당되는 '대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치경쟁이 뜨겁다. 지난 5월 부산 해운대의 벡스코. 2013년 열릴 예정인 제10차 WCC 총회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외국인 실사단 5명이 방문했다. 벡스코는 김수익 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에게 비상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무조건 유치해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들로 눈빛들이 반짝거렸다.
벡스코 측은 전시장과 컨벤션홀에도 자신이 있었지만 특히 천혜의 바다 절경을 갖춘 누리마루APEC하우스를 부각시키기로 전략을 짰다. 실사단에게 행사장을 보인 후 식사장소인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로 이동했다. "원더풀". 실사단은 벡스코가 관리를 맡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탄성을 쏟아냈다. 멋진 바다와 누리마루 모습에 반한 것. 게다가 국가정상들이 참석한 회의장으로 사용됐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쏙 들었다는 메시지다.
벡스코는 식사 메뉴판과 음식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우선 메뉴판은 카드형식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을 담은 병풍모양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동양적 색채가 나는 멋진 메뉴판이네요. 기념으로 하나 주실 수 있어요. " 실사단의 호평이 이어졌다. 순대,김밥,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도 눈길을 끌었다. 한 실사단원은 "바다 풍경도 멋지지만 음식준비하는 정성이 더 마음에 든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들이 하나 둘 모아져 부산의 벡스코가 결국 세계의 경쟁도시들을 제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WCC 총회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일단 5000명 참가 기준으로 직간접 파급효과가 최소 155억원은 된다. 주최 측의 기대대로 실제 1만~2만명 참가가 현실화될 경우 파급효과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벡스코 측은 추산했다. 김수익 사장의 회고담이다. "실사단이 실사 중에 기념품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는데 메뉴판을 요청해 '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쟁국가가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서 걱정도 많았어요. 시리아의 디마스쿠스를 제치고 개최지로 선정되고 나니 우리만의 특색 있는 전략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드네요. "
벡스코를 비롯한 부산의 국제회의 개최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제협회연합(UIA)에 따르면 2005년 23건(세계 73위)에 그쳤던 국제 회의는 지난해 60건을 달성,세계 2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벡스코 정종훈 팀장은 "UIA가 참가자 300명,참가자 중 외국인 40% 이상,참가국 5개국 이상,회의기간 3일 이상인 대형행사를 통계기준으로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10위권 도약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벡스코가 연 크고 작은 회의행사는 모두 474건이나 된다.
벡스코는 2001년 개장 이후 '2002 한 · 일 월드컵 조추첨''2003 ICCA(국제조선정보기술회의)총회''2004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 아시아''2005 APEC(아시아 ·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2008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세계스포츠교육문화포럼' 등의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열면서 국제도시 부산의 브랜드를 높였다. 올해도 2000여명이 참석하는 2012년 국제자성학회 학술대회,3500명이 참가하는 2011년 아시아 · 태평양에이즈학술대회 등을 유치했다. 특히 2012년 100개국에서 3만명이 참가하는 국제라이온스 세계대회 유치를 확정해 지역관광컨벤션업계는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산과 바다,특급호텔 시설을 갖춘 부산의 특성이 국제회의 개최지역 장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호텔 여은주 실장은 "대형행사가 열리면 방이 모자랄 정도"라며 "외국인이 국내회의에 참가하면 적지 않은 돈을 쓰고 가는 만큼 국제행사 유치는 부산경제를 바로 살찌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벡스코는 올해부터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춘계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를 열어 6300만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고,베트남 국제환경기술전시회에서는 1억130만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