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케인스는 왜 투자답변을 얼버무렸나

구조조정기 투자예측 어려움 많아, 조급해말고 기업인 '본능'에 맡겨야
존 케인스가 1946년 경제학 학술지인<Economic Journal>의 편집장을 물러나면서 가진 다과회에서 투자 얘기가 나오자 "투자,투자,투자라…" 하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바로 건배를 제안했다고 한다. 투자의 본질과 기업가들에 의해 이뤄지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해 얼버무린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경제학에서 투자이론만큼 발전이 덜 돼 있는 부분도 드물다.

정부는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 상반기 중 올해 재정의 절반을 넘게 지출했다. 하반기에는 경기를 떠받칠 수 있는 지출 여력이 떨어져 기업에 투자를 독려하는 눈치다. 눈에 띄게 변화하지 않는 민간 투자에 응징이라도 하듯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답답하게 길어지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 회복국면에 들어서기를 바라는 정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불확실한 상업 세계에서 기업가의 미래에 대한 예상에 크게 의존하는 투자를 이끌어내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투자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 기간이라는 데 있다. 공급능력이 수요를 초과해 유휴시설이 있는 마당에 예년보다 투자가 더 증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불황은 소비자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과오투자가 정리되는 기간인 만큼,이 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투자가 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내수 침체와 수출 감소로 말미암아 수요가 위축돼 있으며,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08년 2월 80%이던 것이 올 2월에는 73%로 낮아졌고,7월에는 상황 진전과 함께 79%로 회복됐을 뿐이어서 본격적인 투자 활성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렇다고 올해 기업 투자가 저조한 것만은 아니다. 30대 그룹의 올 투자 계획은 72조7000억원으로서 작년의 81조4000억원에 비해 10% 정도 감소가 예상됐으나,1조1000억원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600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은 85조6000억원으로서 전년에 비해 5.2%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물론 작년에 투자가 많이 증가한 탓이기는 하지만,현재의 대내외 경제 여건과 투자 여력에 비춰보면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30대 그룹의 2008년도 투자는 2007년의 68조원에 대해 19.6% 증가한 바 있다. 또 상장법인 557개사의 2008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31조5000억원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18조원으로서 투자여력이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데 민간 투자 부진의 더 큰 이유가 있다. 올 3월 산업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40.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한국은행의 8월 통계에 의하면 상반기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20.2% 감소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연구개발(R&D)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30대 그룹의 연구개발 투자는 2007년 15조3000억원과 2008년 16조6000억원이 이뤄졌고,올해 16조9000억원으로 예상돼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준비 작업은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투자의 특성을 일컬어 투자는 흔히 기업가의 '동물적 본능'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투자 증가는 그들의 '동물적 본능'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경기 전망에 청신호가 켜져 투자에 따른 이익이 예상될 때 민간 투자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