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아프간전…미국 증파 여부 놓고 설전

[한경닷컴]개전 후 8년이 지났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현지의 미군 최고사령관은 즉시 최대 4만명의 병력 증파를 요청하고 나섰으나 백악관은 아프간 전략 수정을 고려중이다.영국은 아프간 병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22일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이 3만~4만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해달라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공식 요청할 것을 보인다고 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현지 언론에 따르면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즉각적인 병력 증원이 없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끄는 아프간 작전이 이슬람 반군에 패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미국은 올 연말까지 약 6만8000명의 병력이 아프간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미국의 동맹국인 영국도 추가 병력 증파를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2일 최대 1000여명을 추가 파병하는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보도했다.현재 영국은 9000여명의 군인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 상태며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추가 파병이 이뤄질 경우 영국군은 1만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도 아프간 재건을 위한 민간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23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스티븐 스미스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으로부터 아직까지 아프간 증파 요청을 정식으로 받지는 않았지만 아프간 재건과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복구 등 민간차원의 지원 확대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밝혔다.그는 “하지만 추가 파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현재 아프간에 호주군은 1550명이 배치돼 있다.

이처럼 아프간 현지에서 증파 요청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내에서는 전략을 바꿔야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CBS 토크쇼에서 “아프간에 대한 전략이 분명해지기 전까지 추가 파병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추가파병에 대한 미국내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전략 수정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폭스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프간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은 50%로 찬성 41%를 앞질렀다.AP통신은 백악관이 미군 병력 증강해 지상전을 확대하기보다 원격 무인비행기를 이용해 알카에다의 주요 기지와 인사들에 대한 폭격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