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대통령과 각 세워선 안돼"…떠나는 한승수 총리의 충고

오는 29일 퇴임 예정인 한승수 국무총리(사진)가 후임인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게 몇 마디 충고의 말을 건넸다.

한 총리는 2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송별 기자단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후임 총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후보자가 내정되고 지난 4일 총리실을 찾아왔을 때 몇 가지를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 후보자에게 "총리 자리는 애국심이 필요한 자리다. 이 자리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총리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자리가 아니다. 다투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안정시키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라고 충고했다. 또 "교수와 공직자의 말은 다르다. 공직자의 말은 결코 개인의 생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의 이 같은 충고는 학자 출신인 정 후보자에게 때로는 학자로서의 소신을 접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바람직한 총리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 "총리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싸우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안심시키고 내각의 정책 마찰을 안 나게 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한다는 헌법정신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부처 간 이견과 충돌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외부로 비쳐지면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총리의 내각 조정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