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대 붕괴…글로벌 弱달러·외국인 주식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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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硏 "내년 1130~1150원" 전망
원 · 달러 환율이 1년 만에 1200원 아래로 떨어지자 삼성전자 현대 · 기아자동차 LG전자 등 주력 수출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이 1200원 안팎에서만 움직인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수입업체와 키코(KIKO) 관련 업체 등은 비용이나 손실이 크게 줄어 반기는 모습이다.
◆환율 왜 내리나최근 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 약세와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에 기인한다. 달러화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금융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2조달러를 쏟아부은 여파로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한국뿐 아니라 유로지역 영국 호주 대만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국가 통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가 2분기에 2.6%의 성장률(전기 대비 기준)을 기록한 이후 외국인의 주식 매입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월 6조원,8월 4조800억원,9월 5조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올 들어 국내 주식을 27조원어치나 사들였다. 더불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 들어 261억달러를 웃돌고 있어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내릴까환율 하락 추세는 꽤 오랜기간 이어질 것이란 게 연구기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4분기 환율을 1180원을 보고 있으며 내년엔 113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환율 전망치로 각각 1140원과 1150원을 제시했다. 국제 금융컨설팅회사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2011년께엔 9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118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수입업체들마저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주문 시기를 늦추고 있어 수급이 '달러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는 점에서다. 다만 1180원 근처에선 다소 공방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당국이 최근의 환율 하락 속도가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속도 조절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업종별 명암 엇갈려주력 수출업체들은 환율 하락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 · 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원만 하락해도 매출에서 2000억원가량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엔 · 달러 환율이 원화 환율에 비해 덜 하락했다는 점에서 글로벌무대에서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 · 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그간 환율상승기를 활용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인 데다 품질을 개선하고 기업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지속해 온 만큼 큰 영향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유를 들여오는 정유사들은 환율 하락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살 때 은행의 달러를 빌려 먼저 지급한 뒤 60~90일 뒤 결제하는 방식(유전스)을 사용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항공업계도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각각 200억원,78억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키코 관련 기업들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손성태/박동휘/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