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이디어 뱉어내는 두뇌? 생각하고 엮고 시도해라

궁리하라 그러면 된다,상창력 조관일 지음/흐름출판/256쪽/1만2000원
농협중앙회 상무 출신의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아이디어 맨'이다. 그는 1987년 농협중앙회 연수원에서 아침에 연수생들이 하던 국민보건체조를 개조하고 동작마다 '안녕하십니까''미소''감사합니다' 등의 서비스 용어를 붙여 고객맞이용 '친절체조'를 창안했다. 목 운동을 하면서 웃음과 함께 '미소'를 외치고,등배 운동을 하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식이다.

농협이 윷을 기념품으로 제작하기로 했을 땐 윷의 등에 표시된 두 개의 'X'에 의문을 품었다. 왜 'O'가 아니고 부정적 이미지로 통하는 'X'란 말인가. 궁리 끝에 그는 윷의 등에 'X' 대신 농협의 심벌 마크를 새겨넣었다. 그러자 윷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윷을 던질 때마다 농협마크 8개(모)가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이 소망이 실현되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게 됐다. 지난 3월엔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글을 기자들에게 보내 '막장 국회''막장 드라마'같은 유행어 사용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막장은 막다른 곳이 아니라 막힌 곳을 뚫고 계속 전진해야 하는 희망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생각을 바꾸자 부정적인 뜻으로 유행하던 '막장'에서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궁리하라 그러면 된다,상창력》은 독특한 발상과 아이디어로 자기계발에 성공한 조 사장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창의적 인재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상이 창의로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며,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실천되지 않으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안한 용어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결합한 상창력(想創力)이다. 그는 "상창력은 창조적 상상력과 실천력"이라면서 상상과 창의,실천이 결합된 상창력이 발휘된 사례들과 함께 고정관념에 갇힌 두뇌를 상창력으로 일깨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궁리하기'다. 그냥 대충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간절히 궁리하기다. 그러자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저건 왜 저럴까,다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더 나은 방식은?'하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고 따지고 궁리해야 한다. 그러면 상상의 세계가 점점 커지고 선명해지고,문제의 해결방법이나 개선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창의의 세계와 연결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생각 바꾸기'다. '+'를 다양한 직업군에게 보여주고 뭐냐고 묻자 수학자는 더하기,목사는 십자가,교통경찰은 사거리,산부인과 의사는 배꼽,간호사는 적십자,약사는 녹십자라고 했다고 한다. 고정관념은 그만큼 무섭다. 따라서 낯선 시각으로 기존의 것들을 다시 보는 데서 역발상이 나오고 상창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창력이 인재의 핵심역량"이라며 상창력이 뛰어난 인재가 되려면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마라,문제점에 민감하라,더 나은 방법을 찾아라,끊임없이 생각하라,메모하라,엮어라,시도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창의적 인재는 말과 글이 다르다"며 창의적 인재가 되려면 말하는 힘을 키워야 하며,글쓰기는 상창력을 훈련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