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가장 아름답게 나이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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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연(어르신사랑연구모임)'이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이들은 2001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어사연 공부방'을 열고 노년기에 대한 생각을 나눠왔습니다. 지난달 100회 공부 모임을 가진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책을 냈는데,제목이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도서출판 궁리)입니다.
10대 중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나에게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어르신들은 내게 어떤 존재인가?''내가 꿈꾸는 노년' 등을 주제로 쓴 책이지요. 각기 다른 생의 나이테를 지닌 이들에게 나이드는 것의 의미와 노년기의 자화상은 서로 다르지만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깊이는 비슷합니다. 이들이 꿈꾸는 노년기의 삶은 '끝까지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와 생각,감정을 존중받으며 '존엄하게 늙어가는 것'이지요.
'물건이나 가치관,생활양식이 새롭고 편리하고 다양해야 미덕인 지금 상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혜를 빌리고자 몇 사람이나 그들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출 수 있을까. '(10대 배윤)
20대인 조향경씨는 젊은 시절에 노년을 위한 준비를 '현재진행형'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40대 정은숙씨는 '노인을 대하는 일을 하면서 노인을 서비스 제공 대상자로만 인식했지 나도 노인이 된다는 생각은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며 '나는 과연 나이 들면 어디에서 살 것인가'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정진홍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일흔이 되면 신선같이 살아갈 줄 알았는데 예순 때나 쉰 때보다 더 질기게 사람 노릇 하면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확인하곤 한다'며 노인들도 욕심이나 가슴앓이,고집,후회,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올해 87세인 유재완씨는 '나이 든다는 것은 한마디로 철이 드는 것이다. 힘들었던 시기에 신세를 진 분들과 도움을 준 분들에게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지 못한 반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썼습니다. 그동안 '맺힌 매듭'들을 풀고 자식들에게 짐을 남기지 않겠다며 옷가지와 사진을 처분하면서 유언장까지 작성한 사연도 눈길을 끕니다.
'저녁놀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다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겠노라'는 그분의 마음결이 호수같군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10대 중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나에게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어르신들은 내게 어떤 존재인가?''내가 꿈꾸는 노년' 등을 주제로 쓴 책이지요. 각기 다른 생의 나이테를 지닌 이들에게 나이드는 것의 의미와 노년기의 자화상은 서로 다르지만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깊이는 비슷합니다. 이들이 꿈꾸는 노년기의 삶은 '끝까지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와 생각,감정을 존중받으며 '존엄하게 늙어가는 것'이지요.
'물건이나 가치관,생활양식이 새롭고 편리하고 다양해야 미덕인 지금 상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혜를 빌리고자 몇 사람이나 그들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출 수 있을까. '(10대 배윤)
20대인 조향경씨는 젊은 시절에 노년을 위한 준비를 '현재진행형'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40대 정은숙씨는 '노인을 대하는 일을 하면서 노인을 서비스 제공 대상자로만 인식했지 나도 노인이 된다는 생각은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며 '나는 과연 나이 들면 어디에서 살 것인가'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정진홍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일흔이 되면 신선같이 살아갈 줄 알았는데 예순 때나 쉰 때보다 더 질기게 사람 노릇 하면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확인하곤 한다'며 노인들도 욕심이나 가슴앓이,고집,후회,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올해 87세인 유재완씨는 '나이 든다는 것은 한마디로 철이 드는 것이다. 힘들었던 시기에 신세를 진 분들과 도움을 준 분들에게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지 못한 반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썼습니다. 그동안 '맺힌 매듭'들을 풀고 자식들에게 짐을 남기지 않겠다며 옷가지와 사진을 처분하면서 유언장까지 작성한 사연도 눈길을 끕니다.
'저녁놀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다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겠노라'는 그분의 마음결이 호수같군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