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잇단 부진에 상장추진기업 곤혹

동양생명 등 대어급 공모가 밑돌아…투자심리 악화
하반기 새내기주들이 기대와 달리 잇달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장을 연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해에는 상장 연기가 속출했지만 주가가 반등 중인 올해 들어선 드문 일이다. 동양생명 등 대어급 공모주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가 최근엔 적정 공모가 수준을 놓고 회사 측과 시장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공모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공모가 하향 현상 뚜렷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공모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공모가격이 회사 측 희망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모주 청약 전에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회사 예상보다 크게 낮게 결정되면서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공모 청약을 하루 앞두고 상장 일정을 돌연 연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달 동양생명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 하향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양생명의 공모가격이 회사 측 희망가격(1만7000~2만2000원)의 하단인 1만7000원에 결정된 이후 수요예측을 실시한 진로 스틸플라워 비츠로셀 등은 모두 공모가격이 회사 희망가격을 크게 밑돌았다. 4만5000~5만원을 기대했던 진로의 공모가는 4만1000원으로 결정됐고 코스닥 상장을 앞둔 스틸플라워의 공모가는 희망가격(1만7500~2만1500원)보다 크게 낮은 1만3500원으로 결정됐다.

한국전력기술도 2만1600~2만4400원 수준의 공모가를 희망했지만 지난주 수요예측 결과는 희망가 하단보다도 낮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21~22일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인 포스코건설도 희망가격(10만~12만원)보다 크게 낮은 8만~9만원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하반기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손실을 우려해 공모가를 후려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력기술 주관사인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부진한 공모시장에 휩쓸려 공모가가 상당히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연기하고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내기주 부진이 원인

실제로 하반기 새내기주 주가 흐름은 매우 부진하다. 8월 말 동국S&C부터 이날 상장한 진로까지 총 13개의 공모주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곳이 7곳에 이르고 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사례도 6개사에 달한다. 특히 대어급 공모주들의 부진이 투자심리를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상장한 동양생명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1만5700원에 결정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이날 1만4500원에 마감했다. 기대를 모으며 이날 재상장한 진로도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4만100원에 형성돼 실망을 안겨줬다. 결국 5.86% 상승한 4만2450원에 마감했지만 당초 6만원까지 거론됐던 공모가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소형 새내기주들은 투자자들에게 더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상장한 모린스 주가는 현재 2만2450원으로 공모가(3만9000원) 대비 42% 급락한 상태다. 제넥신 쌍용머티리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네오위즈벅스 등도 공모가 대비 20~30%대의 손실을 내고 있다.

상반기 활황세를 보였던 공모시장이 이같이 위축되자 투자자들도 점차 외면하고 있다. 수백 대 1을 기록하곤 했던 공모 청약경쟁률도 급감했다. 동양생명이 12.67 대 1에 그쳤고 진로(9.4 대 1) 스틸플라워(7.84 대 1) 등은 올해 처음으로 경쟁률이 10 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재두 한국거래소 상장총괄팀 부장은 "불안한 시장 흐름으로 인해 공모가 논란이 야기되면서 새내기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회사 측과 시장이 원하는 공모가 수준에 큰 차이가 있지만 과도기 상황을 거치고 난 뒤엔 공모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