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MB는 '3각 브리지'가 돼라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워싱턴DC는 미국의 수도일 뿐 아니라 거대한 두뇌 집합도시다.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미국진보센터(CAP) 미국기업연구소(AEI)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케이토(CATO) 등의 싱크탱크들이 포진해 무수한 정책 제안을 쏟아낸다.

싱크탱크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정부가 가장 귀를 기울이는 양 날개는 아무래도 진보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진보센터다. 미국진보센터 소장인 존 포데스타는 오바마 정권인수위원장을 지냈다. 이런 영향력을 가진 진보센터가 지난 3월 내놓은 제안서를 읽노라면 미국의 치밀한 세계경영 전략에 소름이 돋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9월 피츠버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21세기 최고의 글로벌 포럼으로 격상하고 제도화하자고 주창한 것은 제안서가 촉구한 내용 그대로다. 제안서의 타이틀은 '리더십 케이스(The Case for Leadership)'.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단칼에 한물간 체제로 규정하고 G20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G20의 구성과 정상회의 개최방식,역할 등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구성원은 구매력 지수를 감안한 각국의 경제규모를 기준으로 삼자고 했다. 5개 권역을 각각 대표하는 2개씩의 국가와 기타 10개국을 참여시키되 2014년부터 5년마다 회원국을 재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제안서는 이 기준에 따라 현재 회원국인 아르헨티나를 빼고 2014년에 스페인을 넣자고 했다. 아시아 · 태평양 권역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대표선수로 올렸다. 한국은 기타 10개국에 포함시켰다. 또 한곳에서만 회의를 계속 열자고 제시했다. 한국이 내년 11월 열릴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기 망정이지 이명박 대통령과 유치팀에는 섬뜩할 법하다.

우리 유치팀이 스스로 대견스러워 만세삼창을 부른 것에 결코 만족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서울이나 송도를 보여주고 정상들과 기념사진 한방 찍고 정권의 실적을 챙기는 일회성 행사는 금물이다.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인데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유치건을 깎아내리는 국내 일부의 시각 역시 속 좁다. G20 정상회의 유치를 계기로 한국의 위상과 가치,역할을 의미 깊게 일깨워준 곳은 브루킹스연구소다. 지난 22일 콜린 브래드포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국이 세계를 연결하는 3개의 가교가 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은 G20 체제안에서 서방국가(The West)와 나머지 국가(The Rest),남(저개발국과 빈국)과 북(선진국),이슬람국가와 비이슬람국가 간 경제 · 정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핵심 중재자의 위치에 섰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 이후 세계는 이념적인 대립도 아니고 국가나 시장의 일방주의도 아닌 효율을 지향하며 중앙(middle)으로 다가가는 실용주의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조화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브래드포드의 분석대로라면 국내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리더십이 글로벌 중앙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 피츠버그에서 G20 정상회의 유치를 성사시킨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당시 한국의 유치 가능성을 미리 눈치채고 이 대통령 기자회견 시간을 알려달라며 부러운 듯 전화를 걸어온 기자는 중국 특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