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예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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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차노프 교수는 얼굴모양으로 국가 세입세출의 균형 여부를 가늠하는 '예산 얼굴(budget face)'이라는 이색적 방법을 개발했다. 예산의 주요 항목을 눈 코 입 턱 이마 눈썹 미간 등의 모양으로 나타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세입세출이 적정하면 편안하고 균형 잡힌 얼굴이 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험상궂고 비뚤어져 보기 싫은 모양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나라 빚이 늘어날수록 눈썹이 위로 치솟고,세금을 많이 걷게 되면 눈이 동그래져 토끼눈 형상을 하게 된다. 복지비용이 줄어들 때는 입술이 튀어나오는 반면 공공사업비가 적어지면 이마에 주름이 잡힌다. 차노프 교수는 국민소득의 10%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각 분야에 적정하게 배분해야 이상적 얼굴모양이 된다고 했다. 세입이 10% 이하면 필요한 곳에 쓸 국고가 부족하고 그 이상이면 국민생활이 불편해진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맹자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한 정치가가 백성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5분의 1을 걷어 나라를 다스리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맹자는 "백성으로부터 10분의 1 이상을 거두면 걸(桀)의 소행이고,10분의 1을 못 미치게 거두면 오랑캐의 도리"라고 답했다. 걸은 폭군의 전형,오랑캐는 야만의 상징이니 대략 10%가 적당하다고 본 셈이다.
올해보다 2.5% 증가한 291조8000억원의 내년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중이지만 여야의 정략적 이유로 겉돌고 있어 기한(12월2일)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 담세율이 20%를 넘어선 상태에서 예산의 균형 배분 여부와 쓰임새를 낱낱이 살펴야 할 국회가 정치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예산 얼굴'도 더 찌푸리는 모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세금을 걷고 예산을 집행하는 데 복잡한 이론을 내세울 것도 없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은 천하를 돌면서 백성들의 얼굴을 보고 국정을 파악하는 '관상정치'를 폈다고 한다. 백성들의 얼굴 표정에서 조세나 부역의 적정 여부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정치논리나 선심행정 탓에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위기로 불가피하게 지출해야할 예산이 많은 터에 당장 10%룰을 지키는 건 어렵다 해도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예를 들어 나라 빚이 늘어날수록 눈썹이 위로 치솟고,세금을 많이 걷게 되면 눈이 동그래져 토끼눈 형상을 하게 된다. 복지비용이 줄어들 때는 입술이 튀어나오는 반면 공공사업비가 적어지면 이마에 주름이 잡힌다. 차노프 교수는 국민소득의 10%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각 분야에 적정하게 배분해야 이상적 얼굴모양이 된다고 했다. 세입이 10% 이하면 필요한 곳에 쓸 국고가 부족하고 그 이상이면 국민생활이 불편해진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맹자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한 정치가가 백성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5분의 1을 걷어 나라를 다스리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맹자는 "백성으로부터 10분의 1 이상을 거두면 걸(桀)의 소행이고,10분의 1을 못 미치게 거두면 오랑캐의 도리"라고 답했다. 걸은 폭군의 전형,오랑캐는 야만의 상징이니 대략 10%가 적당하다고 본 셈이다.
올해보다 2.5% 증가한 291조8000억원의 내년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중이지만 여야의 정략적 이유로 겉돌고 있어 기한(12월2일)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 담세율이 20%를 넘어선 상태에서 예산의 균형 배분 여부와 쓰임새를 낱낱이 살펴야 할 국회가 정치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예산 얼굴'도 더 찌푸리는 모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세금을 걷고 예산을 집행하는 데 복잡한 이론을 내세울 것도 없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은 천하를 돌면서 백성들의 얼굴을 보고 국정을 파악하는 '관상정치'를 폈다고 한다. 백성들의 얼굴 표정에서 조세나 부역의 적정 여부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정치논리나 선심행정 탓에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위기로 불가피하게 지출해야할 예산이 많은 터에 당장 10%룰을 지키는 건 어렵다 해도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