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후 첫 訪中] 오바마 "정치 참여는 인류의 보편 권리"…완곡어법으로 中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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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서 中 청년과 타운홀 미팅'신중한 전초전.'
중국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상하이 과학기술관에서 가진 중국 청년과의 대화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날 행사는 패널들로부터 자유롭게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의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국 내 생중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만큼 양측이 신경전을 펼쳤지만 막상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양국 간 무역분쟁이나 위안화 절상 문제,티베트 인권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따지고 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국 학생들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대신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저해하지 않겠는가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어떤 책임을 느끼는가 △아프간 파병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등 핵심을 비켜나간 질문이 이어져 사전에 중국 당국과 조율된 것 아니냐는 인상을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차분하고 논리적인 말솜씨로 좌중을 이끌며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내비치는 신중한 화법을 구사했다. 행사 시작 때 모두 발언을 통해 청나라 시대부터 양국 간 역사적 교류의 과정을 설명하거나,'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 작은 것에서 출발해 큰 것을 이루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참여는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인류가 누려야 할 보편 권리"라고 말했다. 미국도 투쟁을 통해서야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정부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며,무역을 개방하고,정보유통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사용의 자유에 대한 질문에 "한번도 써본 적이 없고 타이핑 속도가 느리지만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지지한다"며 "정보자유와 도전이 없었으면 구글은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언론을 제한하는 중국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해서는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나보다 미국이 더 놀랐다"며 "노벨상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대학 수업은 없고 호기심과 새로운 접근법으로 사물을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배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내 아버지,어머니,여동생이 모이면 우리 가족은 유엔이다. 출신과 문화적 다양성은 그것이 힘"이라고 밝혔다.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게 양안(중국과 대만)관계를 저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무엇을 얻어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세계 최대 탄소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탄소가스 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21세기엔 한 국가의 성공이 다른 국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제로섬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게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지 않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부강하고 번영하고 성공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걸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베이징으로 이동,후 주석과 만찬 후 17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오후에는 쯔진청 등을 관광하고 18일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한국으로 떠난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방중과 관련,"미 · 중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방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