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나가면 1번 우승…서희경의 비결은

작년 첫승후 자신감 팍팍! 게임 술술 풀려 흥이 났어요
최근 출전한 30개 대회 가운데 우승만 11차례.서희경(23 · 하이트)이 37%의 놀라운 승률을 보이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여자프로골프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15개월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서희경이 지난해 6승,올해 5승을 올리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추어 국가상비군을 거쳐 2005년 8월 프로가 된 서희경은 지난해 중반까지 몇 차례 우승기회가 있었으나 날려버렸다. 잘나가다가도 마지막날 스스로 흥분하거나 자멸하면서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그러던 차에 지난해 여름 1주일간 신지애와 함께 훈련할 기회가 있었다. 3년이 다 돼 가도록 우승소식을 전하지 못하자 그 언니가 극약처방으로 주선한 것.그런데 나이도 어리고,당시만 해도 그에게 '하늘'이었던 신지애가 그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마침내 지난해 8월 하이원컵채리티오픈 마지막날 신지애와 챔피언조로 플레이하며 첫승 기회를 잡았다. 우승 경쟁자인 신지애가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말했지만,긴장이 안 될 수 없었다. 백나인 들어서까지도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긴 끝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신지애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다니….' 서희경은 비로소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자신감이 넘치니 실수를 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도 당황하거나 급한 마음이 없어지고 오히려 차분해졌다.

예전과는 다른 평정심과 집중력에 스스로도 놀랐다. 무엇보다 게임이 잘 풀리면 '흥'이 났다. 골프가 재미있어지니 연습을 많이 해도 질리지 않았고,많은 연습량은 좋은 성적으로 되돌아온 것.서희경은 2007년까지만 해도 다운스윙 때 상체(어깨)가 빨리 열리는 단점이 있었다. 다운스윙은 하체가 리드한 뒤 상체는 임팩트 순간까지 잡아주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상체가 빨리 풀리면서 거리가 안 나고 방향성도 들쭉날쭉했다.

상체를 잡아주기 위해 동계훈련 때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했다. 체중을 종전보다 4㎏ 정도 늘리고 근력을 더 키운 것.그러자 스윙이 타이트해졌고 헤드 스피드는 빨라졌다.

팔과 몸이 한덩어리처럼 움직이면서 스윙 아크가 커졌고,하체가 리드하는 '보디 스윙'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드라이버 거리도 240야드 안팎에서 255~260야드로 훌쩍 늘어났다. 4년 넘게 서희경을 지도해온 고덕호 프로(미국PGA 클래스A멤버)는 "희경이가 선수로서 '기본'이 잘돼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일을 낼 것으로 예견했다"며 "첫승 이후 물꼬가 터진듯 연달아 우승하는 것은 자신감 덕분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