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틀린 환율변동 손실도 상품가입한 기업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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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변동 보험분쟁' 기업 무더기 패소
3조 규모 '키코' 소송도 은행 손 들어줄지 촉각
"환율변동 위험성은 어디까지나 환헤지 금융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의 책임이다. "
법원이 27일 '유사 키코'소송에서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손을 들어준 핵심 이유다. 환변동수출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이 환율 급등으로 큰 손해를 입은 것은 안됐지만 계약내용상 수출보험공사의 불법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는 키코 가입 기업들이 주장해온 "이럴 줄 몰랐다"는 이른바 '사정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이와 유사한 쟁점으로 계류 중인 1조2000억원의 소송향방과 3조여원 규모인 은행과 기업 간 키코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환율 급등은 계약해제 요건 안 돼
법원은 급격한 환율 상승(달러 강세)은 계약을 해제할 만한 '사정변경' 이유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환율의 변동성은 환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상품의 기본인 만큼 환율 안정이 계약의 기초가 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보험계약 당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환헤지에서는 환차익을 못 얻어 입는 손해는 환위험을 회피하는 대가로 당연히 져야 할 기회 비용"이라고 판단했다.
수보의 고객보호 의무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계약 당시 환율은 계속 안정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2007년부터 환율이 안정적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어 "만약 수보가 환율 상승 가능성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수보가 기업에 대해 보험 가입의 위험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차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변동보험이 일반선물환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도 수보가 '보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가입시켰다"는 가입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수출보험법에 따른 것이어서 보험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보,1조2000억여원 소송 피할 듯
이번 판결로 환변동보험과 관련해 제기된 다른 소송도 수보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수출기업이 수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28건(소송금액 276억원)으로 수보 승소로 결론난 11건을 제외한 17건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환변동보험과 관련해 수출기업들이 입은 손실액(환차익 지급액)은 총 1조2000억여원 규모로 추정돼 만약 수보가 패소할 경우 소송을 내지 않은 기업들도 유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소송을 건 기업들은 수보에 지급한 환차익 전액을 반환하라고 요구해 소송결과에 따라 수보는 최악의 경우 1조2000억여원 전액을 물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법원,키코 소송도 은행 손 들어줄까'유사 키코'를 두고 벌인 기업과 수보 간 법정공방에서 재판부가 수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키코 소송'에서도 은행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환변동보험은 환율변동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보는 파생상품이라는 점에서 키코와 유사해 각 소송의 쟁점이 비슷하다.
실제 현재 키코 소송을 심리 중인 재판부들 역시 △은행이 제대로 정보를 제공했는지 △기업이 착오로 계약했는지 △환율 상승이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 요건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심리를 벌이고 있다.
본안소송에 앞서 나오고 있는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재판부가 기업에 대해 승소 결정을 내린 1심 결정을 뒤집고 2심에서 은행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하고 있는 것도 은행들에는 유리한 점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계류된 키코 소송은 150여건이며 이르면 내달부터 선고가 시작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키코 가입으로 인한 손실액은 지난 8월 현재 3조3528억원에 이른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키코(KIKO · Knock-In,Knock-Out)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이다. 약정환율과 약정구간(상한-하한)을 정해놓고 구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계약자가 제한된 손익이나 손실만 입는 구조다. 하한(Knock-Out)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계약이 자동 취소되는 반면 상한(Knock-In) 이상으로 올라가면 계약한 회사는 약정금액의 2~3배를 환율시장에서 사서 약정환율에 은행에 매도해야 한다. 결국 상품을 판 측은 하한 미만으로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계약 해지로 손실이 한정되는 반면 상품을 산 기업의 손실은 무한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