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인맥 대해부] (3) 국내 증권사 '월가 고급두뇌' 속속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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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외국계 한국인 임원 학맥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월가를 포함한 해외 고급 인력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매주문을 따내기 위한 포석인 동시에 아시아 자본시장 진출과 관련, IB(투자은행)부문을 중심으로 고급 두뇌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월가와 홍콩 등지의 우수인재 몸값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외국인 스카우트의 호기라는 게 주요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행보가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7월 '아시아퍼시픽 리서치센터'를 '글로벌 리서치센터'로 확대 개편하면서 명망 있는 외국 인력을 대거 끌어들였다. 박현주 회장이 직접 나서서 영입한 아제이 카푸 리서치 헤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1994년부터 UBS와 모건스탠리에서 아시아지역 투자전략가를 지낸 뒤 2004년부터는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서 글로벌 투자전략가로 활약하며 월가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노무라증권에서 에너지 및 유틸리티 헤드를 지냈던 로한 델지엘 기업분석총괄 헤드와 고든 콴 전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석유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도 이 증권사에 합류했다. 여기에 HSBC · JP모건 · BNP파리바를 거쳐 베어스턴스 아시아에서 주식 및 파생상품영업 대표를 역임한 마이클 뷰겔,ABN암로 홍콩에서 자산관리영업을 담당했던 빈센트 유도 일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올해 홍콩법인을 확대 개편하면서 도이치뱅크 아시아 지역 투자전략가였던 콜린 브래드베리를 홍콩 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하는 등 60여명의 해외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브래드베리 센터장은 1984년 런던에서 애널리스트로 업무를 시작해 1993~1998년 홍콩 자딘플레밍증권에서 아시아지역 리서치를 총괄해 '아시아통'으로 꼽힌다. 이 밖에 크레디트스위스(CS) · 도이치뱅크 출신의 조지 티오 이사, 홍콩 맥쿼리 · 누보 인베스트먼트그룹에서 근무한 폴 청 이사,모건스탠리 · 센타우러스 캐피털 출신의 윌리 홍 이사 등 60여명의 해외 인재들이 삼성 홍콩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협회는 미국 증권업계의 자율규제기관인 핀라(FINRA)에서 국제업무 본부장을 지낸 자율규제 전문가인 닉 배니스터씨를 최근 해외 특별고문으로 영입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인력 영입도 늘어나고 있어 관심이다. 현재 여의도 증권가에는 30여명의 중국인 증권맨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정계중화(情係中華)'라는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려대 법학대학원을 마친 이가흔씨를 포함한 4명의 중국 증권맨을 영입해 해외 기업공개(IPO)팀에 합류시켰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이 증권사는 중국식품포장,중국엔진집단유한공사,차이나하오란 등 3개 중국기업의 IPO계약을 성사시켰다. 우리투자증권 IB부문에는 대만 국적의 소광화 차장이 근무하고 있다. 소 차장은 차이나킹하이웨이를 비롯해 3건의 IPO계약을 따내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주희곤(우리투자) 리우지에(신한투자) 정향빈(대우) 가오징(동부) 마요곤(한화) 주리나(대신)씨 등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