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미국 경제 역풍 만만찮다"

"신용경색·실업난·소비부진, 상당기간 제로금리 유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한 신용경색,높은 실업률,소비 부진 등 맞바람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상당기간 제로(0)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버냉키 의장은 7일 워싱턴 이코노믹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의 경제상황을 이같이 진단하고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회복궤도에 들어섰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신용경색과 높은 실업률,소비 부진과 같은 만만찮은 역풍을 맞고 있다"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실업률도 하락해야 하지만 실업률이 떨어지는 속도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느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지난 11월 실업률은 10.0%였다. FRB는 내년 실업률을 9.3~9.7% 선으로 예상했으며 고용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5~6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위기를 수습하는 FRB의 (저금리) 정책이 고인플레를 유발할 것일까"라고 자문한 뒤 "노(no)"라고 답했다. 경기가 회복돼 확장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일 때가 오면 효과적으로,적절한 시기에 출구전략을 사용할 것을 신중히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따라서 금리정책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선 여전히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FRB가 2008년 초부터 지금까지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한 자금을 상당한 이자와 함께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G에 투입된 900억달러의 자금이 전액 회수될 수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FRB의 총자산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2008년 초 9000억달러에서 현재 2조2000억달러로 불어난 상태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경기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위기를 초래한 시스템의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주요 시스템적인 위험으로 △비대해진 은행 △신뢰성이 떨어진 금융시장 △미국이 빚더미에 의존해야 하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