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제정책 방향] 출구전략 3단계로…中企지원 비상조치 6개월 연장

경제 정상화 밑그림은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출구전략(위기 이후를 대비한 비상조치 및 유동성 회수전략)에 대한 개략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당분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나 고용상황 등을 봐가며 점차 정상화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입장과 큰 틀에선 바뀐 게 없다. 하지만 세부적인 정상화 계획들을 들여다 보면 적어도 통화를 제외한 재정 및 금융 분야에서는 출구전략을 3단계로 나눠 치밀하게 구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년 하반기부터 출구전략 본격화

정부는 우선 1단계로 시장충격이 덜한 조치들은 대부분 올해 말까지 종료키로 했다. 은행들의 해외채권 발행분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이 대표적이다. 국가 신용도 회복으로 은행들의 자체 차입 여건이 크게 개선된 만큼 더 이상 연장을 안 한다는 게 방침이다. 시중에 공급했던 달러 유동성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부분(37억달러)도 연말까지 모두 회수키로 했다.

하지만 당장 접을 경우 시장에 충격이 예상되는 조치는 상황을 봐가며 내년 상반기까지만 유지한 후 2단계로 없앨 계획이다. 중소기업 신용보증 만기연장 조치의 경우 보증 만기가 내년 3~4월에 집중돼 있어 한꺼번에 종료시킬 경우 시장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만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되 보증비율을 현재 95%에서 내년 1월부터는 90%로 낮춰 적용할 방침이다. 신규보증에 대해선 신용등급별로 50~85%로 차등적용하게 된다. 정부는 다만 한계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선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지원) 프로그램도 내년 6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한시대책을 모두 종료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조치들에 대해 단계별 철수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기반을 갖추라는 사전 경고사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경제 체질개선 및 성장기반 확충경기회복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처럼 내년에도 재정을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예산 가운데 60%가 상반기에 조기 집행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을 보완할 수 있는 체질개선 대책도 내놓았다. 우선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강화된 LTV(담보인정비율) ·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내년에도 지속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이자부담의 변동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산정 방식으로 현재 CD(양도성예금)금리 이외의 다양한 기준금리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줄 계획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도 추진된다. △단기자금 시장 발전을 위한 RP(환매채)시장 활성화 방안 △은행의 자금조달 및 운용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예대율 관리 방안 △금융회사 임직원 보수체계 개편 방안 △은행권 사외이사제도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 연달아 발표할 예정이다.

위기 이후 성장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우선 부품소재 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20개 부품소재를 선정,기술개발비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 · 개발(R&D)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R&D 지원방식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녹색성장 등 미래산업 관련 R&D를 적극 지원하는 대신 성과평가제도를 엄격히 관리해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조기에 지원비를 없앤다는 방침이다. 또 유통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품거래소 설립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