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겉도는 세종시 민관합동위

14일 오전 10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9층 대회실.세종시 수정안을 심의하는 기구인 민관합동위원회의 제5차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 추진에 총대를 메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자리에 없었다.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일정 때문이다. 정 총리는 지난 제4차 회의 때도 국회 일정상 불참하고 총리공관에서 민관합동위원들과 오찬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송석구 민간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회의 후 브리핑에서 "행정연구원으로부터 중앙행정기관 분산에 따른 문제점을 보고 받았으며 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성에 대해 위원들 간 다양한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부처이전 백지화 여부는 결론이 났느냐"는 기자 질문에 송 위원장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결론이 언제 나느냐"고 묻자 그는 "내년 1월 초 즈음에 나지 않겠냐.민관합동위는 자문기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민관합동위는 세종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출발했다. 대통령 훈령 261호를 보면 세종시의 개선 · 보완대책 수립과 그와 관련된 법령의 제정및 개정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고,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당초 취지는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한 참석자는 "정 총리가 두 차례 연속 빠지면서 민관합동위가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16명의 민간위원 가운데 원안 고수를 강력히 주장하는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워낙 사안이 민감하고 폭발성이 강해 민간위원들조차도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추진의 핵심인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 논의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고 있는 것은 민관합동위가 기대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관합동위는 이날 중앙부처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에 대한 현장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음 주 중 6~7명이 독일의 본과 베를린을 방문키로 결정했다. 방문 후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장진모 정치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