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이 전망한 2010년 성장률 3.9%의 의미

정부가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데 반해 기업들은 훨씬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482개 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기업이 바라본 2010년 경제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평균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 안팎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정부의 예측치에 비해 1%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다.

기업들이 정부보다 인색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유가및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재연, 환율하락 등 대외 위험요인이 많은데다 금리상승,재정건전성 악화, 가계부채 증가 등 대내적 여건도 상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와 같은 비상 경영체제를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거나 오히려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77.6%인 반면 '평시 수준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다. 기업 10곳 중 8곳은 내년에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본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신규 일자리 20만개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는 것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내년 신규 고용 계획에 대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응답이 63.9%, '고용 계획이 없거나 줄인다'가 23.2%였던 반면 '올해보다 고용을 늘린다'는 대답은 12.9%에 불과해 내년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정부보다 다소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부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내년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에 다름아니고 보면,정부는 추가로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투자심리를 살리는 데 더욱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는 고용은 물론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현재의 확장적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되 새해에는 기업 규제 완화(緩和)와 노사관계 안정에 특히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