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공통분모는 '불황'…패션협회 선정 2009 패션업계 10대 뉴스

[한경닷컴]올 한해 패션업계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한국패션협회는 23일 ‘2009 패션산업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10가지 뉴스 속에는 ‘불황’이란 공통 분모가 들어 있다.

①불황 속 패션업계 생존전략 강화올초부터 국내 패션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 압박과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쌈지,톰보이 등 국내 장수 브랜드들의 주인이 바뀌었고,신규 브랜드의 론칭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업체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기보다 기존 브랜드의 라인 확장과 플래그십 스토어 확대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②글로벌 SPA브랜드 각축 속에 ‘한국형 SPA’ 도전장

유니클로·자라·망고·갭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전국 가두상권까지 점령해 국내 패션업계는 한층 긴장된 분위기였다.일본 유니클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해 선보인 ‘플러스 제이’로 3개 매장에서 하루 6억5000만원어치를 팔았고,올해 45개 매장에서 1800억원 매출을 올려 국내 중저가 캐주얼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이에 맞서 이랜드가 지난 11월 토종 SPA ‘스파오’를 론칭했다.유니클로보다 20~30% 낮은 가격,고품질,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등을 내세워 유니클로에 도전장을 던졌다.③복합쇼핑몰 르네상스,몰링(Malling)소비 트렌드 확산

지난 3월 개점한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29만㎡)에 이어 9월 서울 영등포 경방 타임스퀘어(37만㎡) 등이 문을 열며,본격적인 초대형 복합쇼핑몰 시대를 열었다.쇼핑뿐 아니라 영화·놀이·외식 등 다양한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몰링(Malling)이 소비 트렌드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향후 1~2년내 부산 롯데타운과 대구 봉무LSC를 비롯 일산 레이킨스몰(2010년),송도 리버스톤,김포 스카이파크,신도림 디큐브시티(2011년) 등 복합 쇼핑몰이 잇달아 문을 연다.전국적으로 복합몰이 20여개에 달해 복합몰 전성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④패션 대기업,국내 패션시장 주도국내 패션시장의 규모는 약 26조7000억원.불황 속 소극적인 경영과 매출이 부진했던 중소업체들과 달리 자본력과 네트워크력이 풍부한 제일모직,LG패션,코오롱,이랜드,SK네트웍스 등 패션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여성복,아동복,아웃도어,패션 잡화,수입 브랜드를 불문하고 브랜드 론칭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이어졌다.

⑤아웃도어,최고의 해

불황으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조원대를 넘어서며 최대 전성기를 맞이했다.초경량,친환경 상품과 캠핑용품이 폭발적인 매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 등 주요 브랜드들은 문화와 쇼핑이 공존하는 대형 라이프 스타일 매장을 잇따라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올해 노스페이스는 업계 최초로 4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고,코오롱스포츠도 30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섰다.⑥스포츠 멀티숍의 고속 성장

경기침체로 가두점 매출이 하락했지만 ‘카테고리 킬러’로 분류되는 스포츠멀티숍들이 주요 상권을 석권하며 고속성장을 이끌었다.이들이 국내 도입 10년 만에 형성한 시장 규모는 6000억원대.업계 선두인 ABC마트는 올해 매출 1600억원,슈마커도 800억원을 기록했다.내년 초엔 LG패션이 ‘인터스포츠’로 시장에 본격 합류한다.불황으로 다양한 브랜드,상품,가격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후 구입하려는 소비경향이 두드러졌고,10~20대 초반 고객들이 가두상권을 주도하면서 이들 타깃의 스포츠,영캐주얼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⑦아이돌패션,스트리트 캐주얼 주도

빅뱅,2NE1 등 아이돌스타에 열광하는 1020세대를 겨냥한 아이돌 패션 제품은 거침없는 고속 성장세를 이어갔다.올 한해 스트리트 패션은 ‘아이돌룩(idol look)’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소녀시대의 컬러풀 스키니진과 마린룩,2NE1의 형광색 레깅스 패션이 인기를 끌었다.하이탑 슈즈,후드티 등으로 대표되는 빅뱅의 G드래곤 패션이 강세를 보였다.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저마다 아이돌 그룹을 내세운 광고와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상승을 주도했다.

⑧新소비족 ‘리세셔니스타’ 등장

‘리세셔니스타’는 경기 침체(recession)와 패셔니스타(fashionista)의 합성어로 합리적인 예산으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이들로 인해 최신 트렌드의 제품을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유니클로,자라,Forever21 등 저렴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급성장했고,고품질·고가 아이템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패밀리 세일,아울렛 매장 등이 각광을 받았다.

⑨정부,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 가동

지식경제부는 12개 글로벌 리딩 패션 브랜드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2009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리테일형(평안섬유,한섬,에이션패션,더휴컴퍼니,보끄레,위비스,예신피제이,동광인터내셔널,MK트렌드),홀세일형(아이올리),디자이너형(쏠리드),라이센스형(신원) 등 총 12개 브랜드를 선정,지원에 나섰다.글로벌화 전략수립과 시장성 평가 등 컨설팅 작업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⑩클래식·복고 스타일 유행 경기불황으로 한번 구입한 옷은 무난하게 오래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스타일이 패션의 주류로 자리잡았다.블랙 컬러와 전통적인 체크 패턴이 대세였고,경기호황을 누렸던 1980년대로 귀환하려는 욕구로 파워숄더룩 등 1980년대 풍의 화려한 스타일을 담은 복고 트렌드가 대유행했다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