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찰칵' 건물 정보 주루룩… 디지털 기술, 현실을 재해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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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강현실 어디까지 왔나
정보 수신 기능이 있는 특수 안경을 낀 직장인 A씨(34)가 옷가게를 바라보자 진열돼 있는 옷들의 가격,사이즈 등의 정보가 뜨기 시작한다. 스파게티 음식점에 시선을 고정하면 안경 한쪽에 메뉴와 가격이 나타나고,버스 정류장에선 원하는 노선버스의 도착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서울 명동 패션거리의 한 장면이다. 바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적용된 미래 모습이다.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상품,건물 등에 다양한 부가 정보를 담은 그래픽 효과를 덧씌운 것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실재하지 않는 것을 꾸미는 것인데 비해 증강현실은 실제 세계를 디지털 기술로 넓혀 놓은 개념이다. ◆내년은 증강현실 기술의 원년
증강현실은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술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미래를 이끌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증강현실을 꼽고 있으며,글로벌 IT 회사들은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본격적 서비스는 내년 말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ABI리서치는 지난해 600만 달러 규모였던 증강현실 관련 산업은 2014년에는 3억5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강현실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에서 쓸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다양한 증강현실 프로그램 나온다
최근 네덜란드 IT업체인 NAI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에서 쓸 수 있는 3차원(D) 증강현실 프로그램 '레이아(Layar) 3.0'을 내놨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해 건물 등을 촬영하면 입체 효과와 함께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건물 이미지에 가상의 인물이나 오디오 등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신개념 검색 서비스 '구글 고글'에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사진 분석 기술이 들어가 있다. 예컨대 어느 미술관에 전시된 강렬한 노란색 그림이 인상적이라고 느낀 사용자가 휴대폰으로 그림을 촬영해 인터넷으로 전송하면 이를 분석해 1888년에 그려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미국의 마케팅업체인 주가라(Zugara)는 최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옷을 사고 싶은 소비자가 집에서 쇼핑몰에 접속한 뒤 웹카메라를 켜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가상으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해 가며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인맥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연결,친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의견도 들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관건전문가들은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접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증강현실은 △위치인식(공간 추적 장치,사용자 감지) △생체인식(동작 인식,사용자 전자기 감지) △인공지능(데이터 처리,상황 분석) 등을 포함해 통신 기능까지 복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은 디스플레이 기술 역량도 중요하다. 증강현실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헬멧처럼 착용하는 'HMD',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단말기',프로젝터처럼 영상을 쏘는 '공간 디스플레이' 등으로 구분된다.
HMD는 순간순간 상황을 해석하고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디스플레이로 평가받고 있지만 전원 공급과 휴대성 등에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단말기다. 스마트폰은 증강현실 구현에 필요한 정보를 기본적 통신 기능을 통해 언제든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한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