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오전 6시에 문 여는 옷가게! 학생·출근족 단골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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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이야기1984년 초여름,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의류가게가 일본 히로시마 변두리에 문을 열었다. 작은 건물의 1,2층을 합친 매장은 창고처럼 개방된 공간으로 꾸며졌고,질 좋고 값싼 캐주얼 의류를 주로 취급했다.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48쪽 | 1만3000원
그러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싼 가격보다 새로운 가게 운영 방식 때문이었다. 이곳의 점원들은 의류매장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할인마트에서 보는 것처럼 앞치마를 둘렀으며,자기 일만 할 뿐 매장을 찾는 손님에게 말을 걸거나 물건을 사라고 종용하는 법이 없었다. 고객들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옷을 고른 다음 계산대에서 값을 치르면 그뿐이었다. 무엇보다 가게문을 여는 시간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보통 오전 10시에 개점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이 매장은 오전 6시에 문을 열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주고객층인 젊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가게의 이름은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그야말로 독특하고 엉뚱한 것으로 가득한 가게였다.
이렇게 첫발을 내디딘 이 가게는 지난해 일본 내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유니클로'로 발전했다. 최근 5년 동안 연간 매출 증가율 90%,평균 영업이익률 15%로 의류가 사양산업이라는 상식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2020년 매출 1조엔을 노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이 됐다. 유니클로 25년 역사는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창업사장의 역정과 동일시될 때가 많다. 유통전문 저널리스트가 쓴 《야나이 다다시,유니클로 이야기》 역시 '야나이 사장이 유니클로를 만들어온 이야기'다.
'팔리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라' '같은 업종끼리 경쟁하지 말고 다른 업종의 상품들과 경쟁하라' 등의 경영철학은 기사를 통해 국내에 단편적으로 소개된 바 있지만,야나이 회장의 성공 요인은 끊임없는 벤처정신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유니클로가 탄생한 계기도 '왜 옷은 생활용품처럼 셀프쇼핑을 할 수 없는가?'라는 단순한 도전정신이었듯이 지금도 '대기업으로서 벤처정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유니클로는 재작년 '옷을 바꾸고,상식을 바꾸고,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새로운 기업 사명으로 정했다. 저자는 유니클로에 관한 책을 세 권이나 쓴 유니클로 전문가다. 이번에 번역된 것은 지난해 여름 출간된 두 번째 책으로 국내에서는 유니클로에 관한 첫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