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그해 임진강에서 쏜 '마지막 한 발'

1951년 4월22일부터 25일까지 임진강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중공군이 서울을 다시 점령하기 위해 임진강 하류의 유엔군 진지에 맹공을 가한 것입니다. 중공군 36개 사단과 북한군 1개 군단을 문산 · 화천 전선에 투입해 서울을 수복하려고 했던 그들의 춘계대공세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임진강을 지킨 부대는 영국군으로 구성된 29보병여단이었죠.수적으로 우세한 중공군에 맞서 이틀간 사투를 벌이던 이들은 최후의 순간에 후퇴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글로스터 대대원 750명은 퇴로가 차단돼 중공군 4만2000명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병력으로 버틴 나흘은 세계 전쟁사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지요.

글로스터 대대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50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때의 일을 한국 주재 외신기자가 기록했죠.

포브스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워싱턴타임스 등의 한국특파원인 앤드루 새먼이 생존자들을 인터뷰하고 전쟁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마지막 한 발》(시대정신).그 번역판이 이번 주에 나왔습니다. 이 책에는 치열하고 비참했던 전투의 모습부터 영국 미국 터키 필리핀 군인들이 포로수용소에서 폭력과 굶주림,세뇌교육에 시달린 일,휴전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아온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는 서문에서 "한국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려면 혹독했던 시절의 나락 또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임진강에서 전투를 벌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잊혀진 전쟁'에 조그마한 생명의 불씨를 불어넣었기를 바란다"고 썼군요.

이때의 전투를 기려 1957년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마지리에 영국군 참전기념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이 책은 강남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양서발간사업의 두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서울 시내 초 · 중 · 고교와 도서관에 배포될 예정이라는군요.

전쟁 발발 60주년인 올해,우리의 과거에 새겨진 흉터를 제대로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