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특단대책 강구해야

가계부채 문제가 우려스런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각종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인해 가계가 짊어지고 있는 빚은 총 712조원에 달해 1년 전보다 4.5%가 늘었다. 반면 총처분가능소득은 1043조원으로 1.5% 증가에 그쳤고 가계신용을 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가계부채비율은 68.3%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고 있지만 상환 능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가격 주가지수 등의 변화를 감안해 산출한 실질가계부채비율은 80%에 달해 명목부채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고 하니 우려가 더욱 크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악화 소득정체 등의 여파(餘波)가 가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음이 여실히 입증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빚 상환 시기도 본격 도래한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오는 3분기까지 분기별로 13조~17조원씩의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고 이중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를 넘는 고위험 대출도 1분기 4조7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또한 상반기중 가계가 내야 하는 이자만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칫 취약한 가계로부터 시작해 도미노처럼 가계부도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가계가 부실화할 경우 이는 곧 은행의 자산건정성 악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리 되면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 또한 다시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는 3~4월께부터는 각국의 비상 통화대책이 종료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출구전략 시행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계에 대한 압박은 한층 커질 우려가 높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발 신용대란이 현실화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은 쓰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 및 가산금리 인상억제 등 보다 폭넓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금리인상 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금리 인상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