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설 경기] 짧은 연휴에 택배업체들 '올레'

제과업체들은 밸런타인데이·설 겹쳐 '울상'
택배물량 30%늘어 사상 최대…호텔은 밸런타인 이벤트 포기도
예년보다 짧은 설 연휴로 인해 택배 · 유통 · 제조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귀향을 포기하고 선물을 보내는 이들이 늘면서 택배업계가 신바람이 난 반면,초콜릿 특수를 기대했던 업체들은 밸런타인데이(2월14일)가 설 연휴와 겹쳐 울상이다.

◆…택배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일제히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설시즌 택배물량이 전년 대비 20~30%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택배,CJ GLS 등은 설 연휴가 포함된 2월 한 달간 택배화물이 총 1억2000만상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콜센터 상담원과 상 · 하차,배송 아르바이트를 평상시보다 20% 이상 늘렸다"며 "연휴 직후인 16,17일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해 정상 배송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택배도 1일부터 택배물량이 하루 80만개 이상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매일 차량 5000여대와 배송인력 4500여명을 동원하고 있는 현대택배는 오는 8일부터 차량 1500대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창규 현대택배 택배운영부장은 "설 전에 선물을 제때 배송하려면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발송을 마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택배업체와 대조적으로 유통 · 제조업체들은 연중 최대 초콜릿 대목이 설 연휴에 묻힐 처지여서 우울한 표정이다. 백화점,대형마트에선 초콜릿 판매대가 놓일 자리를 설 선물세트가 차지하고 있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는 이달 매출이 작년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주고받기가 본격화된 이래 최악의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제과는 밸런타인데이 판촉행사 시기를 1월 말로 앞당기면서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백화점,대형마트 등에는 초콜릿이 설 선물세트로 등장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설 선물세트로 '비스코티 너트 초콜릿세트'(2만8000원)부터 '리샤 밸런타인 2010'(12만6000원)까지 10여종을 내놓았다. 우문제 초콜릿바이어는 "밸런타인데이가 연휴여서 친구나 직장 동료들끼리 초콜릿을 돌리는 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며 "올해는 '가족과 함께하는 밸런타인데이'를 주제로 초콜릿 선물세트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4일부터 연인들이 많이 찾는 롯데시네마에 처음으로 초콜릿 판매부스를 설치키로 했다. 온라인몰 신세계닷컴은 7일까지 초콜릿 예약 구매시 10~20%를 할인해주고 3만원 이상 사면 무료 배송해준다. ◆…특급 호텔들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에 비해 최대 50% 급증했지만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기대할 수 없어 희비가 엇갈렸다. 호텔마다 밸런타인데이 이벤트를 대폭 줄이고 있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올해 밸런타인데이 숙박패키지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14일 뷔페 '아리아'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성연규 서예가가 가훈을 써주는 등 가족행사를 늘렸다. 롯데호텔도 지난해까지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에서 밸런타인데이 메뉴를 내놓았지만 올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와 와인 레스토랑 '바인'에서만 행사를 진행한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아이스링크의 '발렌타인데이 이벤트'를 취소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