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교통문화가 國格] "사고는 확률게임…위험지역·운수업체 집중관리 효과"

●정상호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한경·교통 안전공단 공동캠페인
"교통문화는 국격(國格)입니다. 교통사고가 많고 사상자가 많은 나라치고 선진국은 없습니다. "

정상호 교통안전공단 이사장(54)은 3일 경기도 안산시 교통안전공단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교통문화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교통문화 안에 한 나라의 교육 도덕 철학 수준이 녹아 들어가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률을 교통문화 수준을 재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보고 있다. 2008년 7월 취임한 이래 사망률 줄이기에 올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의 사망사고율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반 차량보다 사망자 발생률이 5배나 많은 탓이었다. 재직 1년 동안 사업용 차량의 사망률을 8% 이상 떨어뜨렸다. 취임 이전 사망자 발생률이 연간 1%씩 줄어든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감소 비결에 대해 그는 삼각솔루션을 들었다. 확률관리 과학관리 문화관리가 그것. "사고 다발지역에서 속도를 낮추게 하고 갓길 정차를 못하게 하는 것이 확률관리이고 사고를 많이 내는 운전자를 분석하는 것이 과학관리이며 안전벨트 매기를 하는 것이 문화관리라는 얘기죠." 일반차의 5배가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사업용 자동차 사고를 중점 관리한 것도 삼각 솔루션이 낳은 통계다. 교통사고 다발 운수업체와 취약지점 1000개씩을 집중 관리해 각각 20%씩 사고를 줄이겠다는 '천사(1000社) 2020 프로젝트'도 여기서 나왔다.

성과는 놀라운 지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말 기준 관리대상 운수업체가 낸 사고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6명(57%)이나 감소했다. 교통사고 처리 피해액도 32억원(25%)이나 줄었다. 매년 1%에 머물렀던 전체 사고감소율도 8%대로 높아졌다. 정 이사장은 올해 '교통문화' 정착을 통한 사고 줄이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안전벨트가 생명벨트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죠.습관화해야 합니다. 선진국의 예를 들 필요도 없죠.최근 교통사고를 보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생깁니다. 2008년 교통사고로 숨진 5870명 가운데 577명은 전 좌석 안전벨트만 맸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겁니다. "

그는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의 노력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는 택시 운전사가 6시간 연속 주행할 경우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하고,버스는 이틀 연속 일하면 하루를 쉬게 한다"고 소개했다. 사고가 많이 나면 보험료가 인상돼 결국 회사가 손해보기 때문에 회사가 먼저 운전자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