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핀 희망' 살인죄 복역중 수석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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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 관광학과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수형자가 방송통신대학 관광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법무부는 23일 살인죄로 15년형을 선고받고 여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모씨(30)가 평균 학점 3.9점을 받아 관광학과 200여명 학생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김씨가 24일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 총장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당일 하루 동안 특별 외출을 허가했다.
청소년 시절 살인을 저질러 중형을 선고받은 김씨는 2000년부터 복역하다 교정직원의 권유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입소 3년 만인 2003년 미처 마지지 못한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3년간 수형생활을 거치면서 대학 진학을 망설이기도 한 그는 2006년 대학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교도소 내 방통대 과정에 입학했다. 김씨는 교도소 내 일과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6시간씩 교도소 측이 마련해준 대학 서적을 꾸준히 읽으며 공부에 매진했다. 법무부는 김씨가 4년 재학 기간 동안 학기마다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교도소에서 만난 김씨는 "뒤늦게 공부한 만큼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는데 수석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며 "수석 한 것보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의 꿈은 일본어 통역안내사가 되는 것.관광학을 전공하면서 독학으로 일본어를 틈틈이 공부했다. 9월에는 일본어 교육생을 뽑는 의정부 교도소로 옮겨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일본어와 자동차 정비 등을 공부해 출소 후의 삶을 준비하겠다"며 "출소를 하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형량대로 복역하면 2015년 교도소를 나서 사회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법무부는 김씨를 포함해 다른 8명의 수형자가 방통대 교육과정을,14명이 독학사 과정을 각각 이수해 학사학위를 받는다고 밝혔다.
여주=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