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프렌차이즈] 혼자서 점포 8개…중소기업 안부러운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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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 프랜차이지'가 뜬다
한 명의 가맹점주가 2개 이상의 복수 점포를 운영하면서 소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메가 프랜차이지'(Mega Franchisee · 기업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에선 1980년대부터 메가 프랜차이지가 일반화됐고,일본에서도 한 해 수십억엔의 수익을 내는 가맹점주들이 등장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창업자들이 늘었다"며 "지금까지는 3~5개 정도의 메가 프랜차이지가 일반적이지만 미국,일본처럼 수십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기업형 메가 프랜차이지도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량 프랜차이즈에 창업 수요 몰려
프랜차이즈 산업이 선진화되면서 창업자들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 커져 메가 프랜차이지 성장의 토양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경영 능력을 갖춘 화이트칼라 창업자가 늘어난 것도 메가 프랜차이지 확대의 배경이 됐다. 고학력자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면서 점포 창업에도 기업형 경영이 도입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태인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선 최대 8개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가 나타났다. 롯데리아의 경우 대구에서 8개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가 있다. 편의점 업계 1위인 훼미리마트의 복수점 점포 수는 719개로,복수 점포 비율이 15.4%에 달했다. 6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도 3명이나 된다. 장준수 GS25 기획팀 차장은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발휘,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복수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원할머니보쌈'의 경우 복수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가 19명(41개 점포)에 달한다. 테이크아웃 도시락전문점 '한솥도시락'도 15명(31개 점포)이 2개 이상의 점포를 열고 있다. 치킨호프전문점 '치킨매니아'에는 점주 6명(13개 점포)이 복수 점포를 운영한다.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호아빈'을 비롯 '와라와라''치어스' 등 주점이나 '투썸플레이스''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에도 다점포를 여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YBM잉글루' 등 영어교실도 시장이 커지면서 다점포 점주들이 급증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점포 확대해야
지난 23일 원할머니보쌈 상계역점에서 만난 박상국 점주(34)는 새벽 1시까지 일해도 돈 버는 재미에 즐겁다는 표정이다. 박씨는 2005년 상계역점을 시작으로 2006년 석계점,2008년 공릉점에 이어 지난해 11월 미아사거리역까지 4개점을 잇따라 열었다. 월 평균 수익은 4000만원 수준.박씨는 "자신이 잘 아는 업종을 택해 운영한 뒤 하나씩 매장을 늘려가는 게 성공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원할머니보쌈 본사에서 3년간 영업관리를 담당하다 가맹점주로 독립한 박씨는 "2억6000만으로 1호점을 시작한 뒤 매장 운영에 자신이 생겨 추가로 점포를 늘렸다"며 " 장사가 될 만한 점포를 봐뒀다가 자금 여유가 생기면 인수하는 방식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다점포 성공비결에 대해,"인력 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지적하고 "적어도 3년 이상 동고동락한 직원 중 예비 점장 후보를 키워 매장을 늘릴 때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래 계획을 묻자,그는 "장사 잘되는 가맹점을 여러 개 하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알짜 사업'"이라며 "주유소,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업종으로 매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사' 아닌 '경영' 마인드 갖춰야다점포를 운영하려면 표준화된 관리기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맹점 운영에 필요한 원재료와 각종 물품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판매시점관리(POS)가 가능한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해야 한다.
또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말고 한 매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다점포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 추가 점포는 자신이 잘 아는 상권에 내는 게 유리하다. 어느 업종이 잘되고 안되는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 프랜차이지가 되려면 장사가 아닌 경영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 직원 수가 많아지고 매출이 커지면 직원 관리부터 마케팅,재고 관리까지 기업을 경영하는 CEO(최고경영자)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직원 서비스 교육도 중요한 요소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