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는 전일저축銀…고액 예치자 '속타네'

자체정상화 기간 이번주말 만료…매각·공자금 투입 모두 어려워
정치인들 "피해구제" 립서비스만

지난해 12월 말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전북 전일저축은행의 자체 경영정상화 기간이 이번 주말 끝난다. 자산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저축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제3자 인수와 공적자금 투입 등의 대안이 모색됐지만 무위로 끝났다.

◆정치인 립서비스 난무전일저축은행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실사 결과 자산부족액이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실이 너무 커 인수하겠다는 금융회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도 다른 파산 저축은행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립서비스'만 내놓아 부담을 키웠다. 지난달 28일 이재오 국민권익보호위원장이 전일저축은행 본점이 있는 전주를 방문,피해를 입은 예금자를 만나 눈물을 글썽이며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전주를 찾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와 총리실,감사원까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예금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상 예금자 3756명(피해금액 688억원) 가운데에는 평생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모은 1억5000만원의 이자로 입양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노인,요양원을 가기 위해 폐지 수거로 모은 전 재산을 맡긴 70대 할머니도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들의 사정이 딱하지만 구제해줄 경우 예금자 보호 원칙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부실 키운 감독당국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전일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영업정지 요건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적기시정조치를 두 차례나 연기해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부실저축은행을 건전한 저축은행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회사에는 인수금액 120억원당 1곳씩 최대 5곳까지 신규 점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2008년 11월 전북 한일저축은행과 대전 중부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이전에 미래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각각 매각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전일의 경우 자산 규모가 너무 커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부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영업정지를 당했다. 점포 신설권을 주는 '당근'으로 문제를 해결한 소형 부실저축은행들과는 달리 자산 규모가 매우 크고 부실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대형 저축은행에는 이 같은 해법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대책은 '예금보호 문구 크게 써라'(?)

정부가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을 바꿔 예보가 기금을 투입해 부실자산을 정리한 이후 수도권 등에 신규 점포를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매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전일저축은행 문제 해결을 위한 특혜 논란이 벌어지면서 다른 부실 저축은행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앞으로 금융회사가 예금을 유치할 때 보호한도가 5000만원까지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객장에 비치된 홍보물에도 고객이 알아보기 쉽게 굵은 글씨로 예금보호한도를 표시하라는 게 전부다. 통장 첫면에도 예금보호한도를 명기하도록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