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兩會 통해 드러난 中 강성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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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갈등 피하지 않아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중요한 연례 정치행사가 폐막됐다. 중국 각지에서 모여든 지역대표와 직능대표들이 10여 일간의 논의 끝에 2010년 대내외 경제정책 방향 등 국정방침을 채택하고, 농민에게 보다 많은 참정권을 부여한 선거법 수정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을 심의 · 확정했다.
북핵문제 놓고 독자적 행보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8%선에서 유지하고, 실업률을 4.6% 이내로 억제하는 한편, 통화팽창 압력과 주택시장 버블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도 강구할 것임을 밝혔다. 인민폐 환율은 외부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합리적이며 균형적인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소폭 절상될 전망이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자유무역정책 지속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이미 회의 개최 이전에 예견된 것들이었다. 반면에 이번 양회(兩會)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사안은 중국의 대외정책에 강성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제기되는 반면, 중국은 개혁 · 개방 30여 년 동안 가장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8.7%의 GDP 성장을 달성,일본을 제치고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양대 축인 'G2'로 대접받게 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달라이 라마의 백악관 방문, 미국 국채 구매 감축, 그리고 이란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지 않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전국인대가 인민대회당에서 주최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 · 중 관계가 심각하게 마찰을 빚고 있는 근본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밝혔다.
양회 개막에 맞춰 미국이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베이징에 급파, 이란 핵문제에 대한 협조와 4월12일 핵안보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주석 참석을 요청했지만,중국 지도부는 미국이 중국의 핵심 국가이익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제의에 미온적으로 반응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한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이슈 해결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데 소극적 자세를 보일 태세다. 양국 관계가 핑크빛이었던 지난해 스타인버그가 제안했던 미 · 중간 '전략적 재보장(strategic reassurance)'을 기대하기 어려울 성싶다.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환영할 테니,중국도 글로벌 이슈 해결에 응분의 책임을 다하고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말라는 미국의 호소는 미 · 중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불신의 늪으로 인해 사멸해 버렸다.
중국 내 강경파들은 이란과 북한 핵문제를 미국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해 제재를 결의하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아직은 외교를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며 협조를 미루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중국이 국제공조보다 독자적 행보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국인대 기간 중 중국은 북한 나진항 사용권 확보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확정된 '장춘-길림-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과 연계해 나진선봉지역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되면 안보리 1874호 제재조치의 효력이 크게 훼손될 것은 뻔하다. 제재를 통한 북한 핵 폐기 노력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셈이다. 고난의 행군을 벌이고 있는 북한도 중국에 밀착해 경제난을 극복하고 한 · 미 · 일이 주도하는 제재 국면을 돌파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한 · 중 '전략적 동반자관계' 시대에 걸맞게 중국의 한반도정책 변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상진 < 광운대 교수·중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