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 '위기 경영론' 확산, 다시 고삐 조여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경영복귀 일성으로 다시 '위기론'을 제기한 것은 재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위기경영론을새삼 환기시킨다. 미국 GM이나 일본 도요타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일시에 추락한 데서 보듯 지금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위기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회장만 그런 것도 아니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도 최근 미국 공장과 러시아 건설현장을 찾아 "품질이 통하는 차를 만들라"며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구본무 LG 회장이 "10년이 걸리든 50년이 걸리든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라"고 거듭 독려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脈絡)이다. 사실 기업경영에 있어 항상 위기의식으로 무장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원동력으로 삼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무엇보다 언제 어떻게 기업이 어려운 국면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다,글로벌 톱 기업마저도 당장 내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양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 상황은 더욱 나쁘다. 도요타 사태로 지난 2월 미국 자동차판매시장에서 현대 · 기아차가 일부 반사이익을 얻었다지만 오히려 포드는 일약 1위로 떠올라 한국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심지어 미 자동차 '빅3'는 일본과 함께 한국의 환율약세 정책이 경쟁사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문제 삼고 나섰다.

여기에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들은 전열을 다시 갖춰 한국을 대상으로 전자왕국을 되찾기 위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위기감을 갖는 이유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왔다. 그렇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뛸 차례다. 향후 10년을 기약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跳躍)할 경쟁력을 키워야 한국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위기경영으로 다시 고삐를 조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