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번더플로어'리뷰…댄스스포츠를 몰라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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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무대의 커튼이 오르자 댄서들의 현란한 발동작과 샤세(chasse,3보로 이뤄진 스텝),힙 무브먼트(골반 움직임)가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쌈바 리듬이 순식간에 공연장을 휩쓴다.
댄스스포츠(혹은 볼룸댄스)로만 구성된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Burn the Floor)2;플로어 플레이’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내한했다.2006년,2007년에 이은 세 번째 한국 공연이지만 무대는 더욱 진화했다.기존 ‘번 더 플로어’가 모댄댄스와 라틴댄스를 흥겨운 퍼레이드로 나열한 친절한 교과서 같았다면 이번 공연은 보다 극적인 요소가 강화됐고 섬세하다.출연하는 18명의 댄서들은 세계 각 국에서 모인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 대회 출신들.평균 연령은 25세이지만 대게 댄스 경력이 20년에 달할 정도로 베테랑이다.
쌈바와 자이브,차차차,파소도블레,퀵스텝 등은 빠른 템포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사랑의 춤’으로 불리는 룸바나 왈츠는 각각 로맨틱한 분위기와 우아함을 불어넣는다.한 명의 여자 댄서가 마치 여섯 명의 남성을 섭렵하듯 추는 룸바댄스와 기타 선율에 맞춰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남녀가 애절하게 표현하는 룸바는 이 공연의 백미.원래 사각형 댄스홀의 벽을 따라 진행하는 게 정석인 모던댄스(왈츠 등)도 좌우가 긴 무대에 맞춰진 안무이지만 어색하지 않다.또 탱고와 스윙 등 일반인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춤들도 등장한다.
웬만한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라이브 음악은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댄스스포츠을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도 100분(인터미션 제외한 공연시간)간 시간가는 줄 모른다.춤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스웨이(Sway)’가 울려퍼질 땐 반가움마저 느낄 수 있다.수시로 바뀌는 100여벌의 댄스 의상은 덤으로 주어진 볼거리.‘번 더 플로어’는 1997년 5월 영국에서 열린 엘튼존의 50번째 생일파티에서 출발했다.이날 파티에서 공연된 볼룸댄스를 보고 프로듀서 할리 메드카프가 새로운 공연을 기획한 것.호주 및 세계 댄스 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제이슨 길키슨과 파트너 페타 로비가 동참했다.1999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8년간 세계투어가 이어졌고 2006년 6월 현재 버전이 호주에서 처음 공개됐다.감독이자 안무가인 제이슨 길키슨은 “순수하게 볼룸댄스라는 콘텐츠만을 버무려 극 공연을 창조하겠다는 생각은 항상 간직해 온 나의 꿈이었다”며 “세련된 무대와 새로운 음악, 댄서가 교체되는 모든 과정은 완벽한 쇼를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댄스스포츠에 문외한이라면 춤의 동작들이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는 것은 단점이다.그러나 댄스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관객이라면 수준높은 댄서들의 몸짓이 마음 속의 무대를 열정으로 불태울 것이다.객석에 앉아 있지만 발과 손,그리고 당신의 마음은 어느덧 무대를 가르고 있다.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오후 8시.4만~15만원.1544-1555.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