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현장 리포트] "우즈와 같은 조라는데"…최경주는 '씨익' 웃었다

최경주-우즈 1·2R 동반 플레이
"어쩐지 우즈와 붙을 것 같더니…오히려 잘 된 일, 더 집중하겠다"
외신들도 최경주에 질문공세
7일 오거스타내셔널GC 18번홀 그린.최경주(40)가 양용은(38) 안병훈(19)과 18홀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들어오자 AP 등 외신기자 10여명이 그의 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취재진은 땀 닦을 시간도 주지 않고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냈다. 최경주는 땡볕 아래서 20여분간 때론 한국어로(임만성 매니저 통역),때론 영어로 답변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 앞 잔디광장에 도착한 최경주는 또 한번 기자들과 맞닥뜨렸다. BBC ESPN 골프채널 블룸버그 등 20여명이 그를 에워싸고 20여분간 질문을 퍼부었다. 그 후에야 그와의 인터뷰가 가능했다. 최경주가 강력한 우승 후보도 아닌데 왜 이럴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 · 미국)와 1 · 2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에 나서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이날 "14번홀 플레이를 할즈음 조편성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우즈의 복귀 선언 때부터 누가 동반 플레이어가 될지 관심이 쏠렸는데,최경주가 조지아주 출신 매트 쿠차(미국)와 함께 '낙점'을 받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것.우즈의 연습 라운드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어 "최경주가 우즈보다 더 스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최경주-우즈 조는 8일 낮 1시42분(한국시간 9일 오전 2시42분)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최경주와 우즈는 지금까지 10여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가장 최근 맞붙은 승부는 2007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 때였다. 당시 최경주가 1언더파,우즈가 3오버파를 각각 쳤다. 그외 대부분 맞대결에서는 우즈가 최경주를 압도했다. 우즈는 "이 대회도 많은 대회 중 하나일 뿐"이라며 누가 동반자가 되든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최경주는 우즈와의 동반 라운드 소식을 들은 뒤 "지난 일요일 댈러스를 출발할 때 어쩐지 우즈와 함께 플레이할 듯한 예감이 들었다"며 "우즈 조에는 항상 많은 갤러리들이 따라 다니는데 나는 내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므로 큰 지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잘됐다. 어차피 대회 때 갤러리는 꽉 차게 돼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집중이 더 잘 돼 내 경기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경주는 또 "우즈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잘 안다"며 우즈와의 동반 플레이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우즈의 사생활에 대해 "골프장 밖에서 일어난 일을 골프장까지 갖고 와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며 "그가 게임에 집중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경주 외에도 한국계 선수 6명 전원이 톱 랭커들의 조에 편성됐다. 한국 남자 골프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은 세계랭킹 3위이자 이 대회에서 두 번(2004 · 2006년)이나 우승한 필 미켈슨과 동반 플레이에 나선다. 지난해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 안병훈(19)은 관례에 따라 지난 대회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짐 퓨릭과 함께 경기를 펼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