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신경 안쓰는 외국인 "우리 펀더멘털에 움직여"
입력
수정
저금리·유동성 타고 19일째 사자"외국인은 국내 펀드 환매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싼 값에 계속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보기 때문이죠."
"1800 뚫으면 기관·개인 동참할 것"
주가 상승을 홀로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은 최근 사흘 새 1조2000억여원이나 빠져나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대규모 환매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외국계 증권사인 UBS증권의 안승원 전무는 7일 정반대 대답을 내놨다. 안 전무는 "금리가 낮고 유동성은 좋은데 돈이 갈 곳이 없으니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들의 매도와 상관없이 매수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도 "솔직히 외국인은 국내 기관의 움직임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펀더멘털이나 세계경기를 보고 움직일 뿐 펀드 환매는 화제에도 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전무는 "최소한 앞으로 3개월간은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807억원을 순매수하며 19거래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코스닥까지 합쳐 7조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이 하루 더 순매수하면 역대 두 번째인 작년 20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7월15일~8월11일)과 같아진다.
하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이 주식을 사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이 홀로 주가를 떠받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펀드 환매가 끝나고도 매수세가 붙지 않으면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전무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나치게 집중됐던 만큼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기관과 개인은 언제쯤 주식시장에 돌아올 수 있을까. 답은 역시 펀드 환매에 달려 있다. 투신권만 하더라도 펀드의 주식 편입분(92~93%)을 제외한 유동성 비율이 7~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에 대비해 떼어놓은 자금 외에는 주식을 살 여력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 환매를 통해 현금을 마련한 뒤에도 다시 한번 주가가 빠져야 개인들이 주식 매매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개인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국내에선 부동산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서야 투자심리가 살아나는데 현재로선 주택경기 회복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주도하는 증시가 1800선을 뚫고 계속 상승한다면 국내 투자자들도 매수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다.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이 손놓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기봉 삼성증권 퀀트팀장은 "주가가 1800선까지 뚫고 올라가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개인투자자들도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