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준공] 정몽구 회장 "세계 최초 자원순환형 구조 완성"

"남들이 멈칫할때 과감한 투자"…MB, 鄭회장 리더십 격찬
"철광석 놔두는 저장시설이 마치 문화공간 같습니다"
정ㆍ재계 귀빈 2500명 참석…브라질ㆍ호주 철광석 업체 사장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쇳물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세계 최초의 자원 순환형 사업 구조를 완성하게 됐습니다. "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남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3년6개월의 대 역사(役事)를 담기엔 A4용지 3장짜리 연설문이 만족스럽지 않았겠지만 또박또박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감회에 젖은 듯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 청중을 바라봤다. 제1고로를 배경으로 무대 위에 홀로 선 정 회장의 모습은 고독하면서도 원대한 꿈을 꾸는 노장(老將)을 연상케했다. 8일 오후 2시30분,일관제철소 준공식의 시작을 알리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정몽구 회장,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가장 먼저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철강산업 제2의 도약을 선포하는 현장에 와 있다"며 "정몽구 회장을 비롯 현대제철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남들이 멈칫할 때도 미래를 내다보며 계속 과감한 투자를 해 오늘을 만들어 낸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이 자리에서 높이 평가드린다"며 정 회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이 "그러한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한국 경제의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자 참석자들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준공 행사를 마친 뒤 정몽구 회장의 안내를 받아 밀폐형 원형저장시설과 고로공장 등을 둘러봤다. 이 대통령은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밀폐형으로 만든 원형저장시설에 대해 "철광석을 놔두는 공간인데 무슨 문화공간같다"고 말한 뒤 정 회장과 함께 브라질산 철광석을 직접 손으로 만져봤다. 고로공장에선 고로 안에서 불길이 솟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봤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철광석 분진이 없는 공장을 꼭 봐야겠다고 해 방문일정을 잡았다"며 "두 분이 굉장히 친밀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준공식 행사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국회 정장선 지식경제위원장,이인화 충청남도 행정부지사,민종기 당진군수 등 정부 부처 및 지자체 관계자와 조석래 전경련 회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2500여 명의 귀빈들이 대거 참석했다. 브라질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사의 호제르 아그넬리 회장,호주의 대표적인 철광석 업체 BHP빌리턴의 토미 스쿠트 사장도 새로운 고객이 된 현대제철의 첫 걸음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외국인 참석자를 위해 이날 행사는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됐다.

◆…제철소는 아침 일찍부터 북적거렸다. 오전 9시부터 행사장 옆 직무교육센터 주차장에 수십대의 버스와 트럭이 멈춰섰다. 버스에서는 협력업체와 고객사 손님들이,트럭에서는 각계 명사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 쏟아져 나왔다. 오후 2시30분 행사장에 바로 도착한 버스 등을 합하면 수백대의 차량이 몰려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행사 참석자는 등록인원 기준 2500명이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행사 규모를 축소했음에도 불구,일일이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 계열사의 홍보와 대외협력 담당 직원들을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준공식으로 공장 안팎이 떠들썩했지만 당진 일관제철소는 이날도 쇳물을 쏟아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때마침 서해안에 인접한 부두엔 14만7000t의 철광석을 실은 호주 벌크선이 정박,시간당 3000t을 나를 수 있는 거대한 연속식 하역기들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1월 가동을 시작한 제1고로는 지난달 하루 1만1000t을 생산,목표치인 하루 1만1650t 달성에 근접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자연 친화적인 제철소를 만들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행사 전 방영한 홍보영상의 주제가 '환경'이었다. 지구 곳곳을 다니며 항공사진을 찍는 환경운동가 얀 베르트랑씨의 입을 통해 철이 환경 친화적인 자원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정몽구 회장 등 귀빈들이 참여한 준공 축하 행사장 전면에 바람개비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선보인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설명이다.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 종합준공식 날,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됐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세계 철강사 32개사를 대상으로 규모와 기술력,수익성 등 총 23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1위로 꼽혔다는 것이다.

세계 조강생산량 1위인 아르셀로미탈은 12위에 올랐고 중국의 바오스틸은 8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19위에 그쳤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제철 준공 행사일에 포스코의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자료를 낸 데 대해 "외국 현지 발표 시간과 준공식 날짜가 우연히 겹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철강협회 회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2006년 기공식 당시 철강협회장이었던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참석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당진=박동휘/송형석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