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마스터스 골프대회] 경기위원 '오럴 해저드'만 없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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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13번홀서 브레이크13번 홀(파5 · 510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잘 떨어뜨린 최경주.이번 홀만 무사히 넘기면 우승이 보이는 듯했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220야드.
"서둘러라" 재촉·갤러리 함성…당황한 나머지 벙커샷 실수로
사흘내내 버디 잡다 보기 범해
그 순간 앞 홀에서 경기위원이 시간을 재촉했다. "서두르세요. " 그 바람에 떠밀리듯 4번 아이언을 꺼내들고 두 번째 샷을 하려는 순간,이번에는 뒷조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미켈슨이 12번 홀(파3)에서 약 8m 거리의 버디퍼트를 넣고 단독 선두가 된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최경주는 어드레스를 풀고 다시 샷을 했다. 그러나 볼은 드로성 구질이 되면서 그린 왼쪽 벙커에 빠져버렸다. '벙커샷 하면 최경주'여서 무난히 파 세이브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웬일? 벙커를 간신히 벗어난 볼이 가까스로 그린에 오른 뒤 멈추는 게 아닌가.
홀까지는 급한 내리막.버디를 잡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버디퍼트는 홀을 3m나 지나쳐 버렸다. 최경주는 파퍼트까지 실패했고,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때까지 4타를 줄이며 공동선두에 올라섰던 최경주는 3위권으로 내려앉으며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통한의 '오럴 해저드'였다.
최경주가 13번 홀 그린 옆 벙커에 볼을 넣기는 이 대회 여덟 차례 출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3,14번 홀 연속 보기에 발목을 잡히면서 그의 '마스터스 꿈'은 멀어져만 갔다.
최경주는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조금 서둘러 샷을 하다가 1타를 잃은 게 가장 아쉽다"고 털어놨다. 또 "갤러리들의 함성을 의식하지 말고 처음 어드레스한 대로 샷을 했어야 했다. 벙커에서는 내리막이어서 볼을 부드럽게 친다는 것이 약간 두껍게 맞아 턱없이 짧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