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식품업체 M&A…CJ·풀무원과 경쟁"

계열 H&Sㆍ푸드 7월 합병
내년엔 F&G도 합칠 예정
종합 식품업계 단숨에 2위로
"급식시장 넘어 CJㆍ농심과 경쟁"
현대백화점그룹 내에서 그동안 식품사업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룹은 언제나 '맏형'인 백화점을 중심으로 돌아갔고,유선방송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신사업이란 이유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식품사업은 전체 매출의 65%가 '범(汎) 현대가(家)'의 구내 식당과 서울아산병원 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면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이란 점에서 오랜기간 '신경을 덜 써도 되는 분야'로 치부됐었다.

이랬던 식품사업이 '재발견'된 건 최근의 일이다. 유통 부문과 미디어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HMR(간편 가정식)를 비롯한 식품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들어온 것.김민덕 현대백화점 경영관리 담당 상무는 "일각에선 식품은 사양산업이라고 말렸지만 현대백화점은 식품에서 새로운 기회를 봤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유통에서부터 외식까지

현대백화점그룹은 결국 식품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기존 식자재 유통 및 급식사업뿐 아니라 CJ 풀무원처럼 식품 제조 및 가공 분야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13일 식자재 유통업체인 현대H&S와 단체급식 업체인 현대푸드시스템을 오는 7월1일 합병키로 했다. 내년에는 식품 유통과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현대F&G도 합친 뒤 풍부한 현금을 앞세워 다양한 식품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현대F&G를 연내 상장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3개 식품 업체를 합병키로 한 것은 '2015년 매출 1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종합식품업체'로 가기 위한 수순이다. 3개사를 합친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로 인한 중복 매출을 제외하면 8600억원 선이다. 단숨에 에버랜드 푸드컬처사업부(7447억원)와 CJ프레시웨이(7422억원)를 제치고 아워홈(1조110억원)에 이은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3개사가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바잉파워'가 생기는 만큼 식자재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업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식자재 구매에서부터 HMR,단체급식,병원식,외식에 이르기까지 식품 분야를 한번에 다룰 수 있게 된 것도 합병의 긍정적인 효과로 꼽힌다.

◆풍부한 현금…"M&A하겠다"현대백화점은 식품 제조 및 가공 분야에도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일단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류를 고급화해 제조하는 방안과 신선식품 위주로 가공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랜드파워를 키워 검증된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은 뒤 '현대백화점' 브랜드로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금도 상당수 유명 식품의 포장지를 보면 판매원만 대기업이고 제조원은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다"며 "현대백화점도 이런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식품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M&A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풍부한 현금이 무기다. 3개사가 현재 보유한 현금은 2200억원에 달하는 데다 매년 400억원이 넘는 내부유보가 쌓인다. 현대홈쇼핑과 유선방송 사업자인 HCN이 계획대로 연내 상장되면 5000억원 규모의 공모자금도 들어와 그룹 차원의 현금여력이 7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존 현대백화점의 식품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식품업체가 최우선 인수대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단체급식 등 기존 사업을 넘어 CJ나 농심과 같은 종합 식음료 업체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