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색소비 실천, 녹색생활 첫걸음

생활속 녹색실천 4가지‥
덜 쓰고 CO₂적게배출…새 것·큰 것 대신 재활용
육류→채식위주 식단으로…탄소라벨·친환경상품 사용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한한 지구는 무한한 인간의 욕망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입는 옷,사는 집,먹는 음식물,생활의 편리를 가져다 주는 온갖 문명의 이기(利器)는 생산과 소비,폐기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를 멈출 수는 없지만 저탄소 녹색생산과 녹색소비로 우리의 체질을 바꾼다면 에너지소비를 줄여 기후변화를 막고 에너지 고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한국이 녹색생산 · 녹색소비 문화 확산을 통한 '녹색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한다. 또 EU를 중심으로 수출 제품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등 친환경 상품 관련 정책이 변화하는 데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상품 시장육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환경을 고려한 녹색소비는 일상의 삶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우선 삶을 녹색화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자.2005년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무실에서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풀거나(cool biz) 겨울철에는 웃옷을 입도록(warm biz) 권했다. 일본정부는 이 캠페인을 통해 사무실 온도를 2도 정도 높이거나 낮춰 연간 160만~29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3000억여원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뒀다. 익숙한 생활습관을 조금만 바꿔 기대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인 사례다. 다림질이나 드라이클리닝을 덜해도 되는 옷을 골라 입는 것 역시 에너지를 덜 쓰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방법이다.

무조건 새 것,큰 것을 찾는 대신 쓰던 물건을 재활용해 자원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 버밍엄시의 반경 2㎞ 남짓한 작은 타운의 거리에 심장재단 환경재단 암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10여개의 중고물품점이 있다. 그곳에 쓰던 물건을 기증하면 단체들은 이를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수선해 제3세계에 기증하고 거기서 얻은 수익금은 단체의 목적사업에 사용한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의 4분의 1에 불과하듯 식물계 식품도 생산 에너지가 육류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육류 위주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이다. 쇠고기를 1㎏ 생산하려면 곡물 7㎏가 들어가지만 돼지고기는 4㎏,치즈나 계란은 3㎏,닭고기는 2.2㎏ 정도면 된다. 녹색소비생활의 기본은 친환경 상품 사용이다. 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인증하는 '환경라벨링'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탄소라벨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탄소라벨은 제품의 원료채취,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품에 표시한 마크이다. 탄소라벨을 통해서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가를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발간하는 녹색소비 가이드북을 참조하는 것도 우리 생활을 녹색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의 영향력 있는 한 민간단체는 윤리적 평가지표를 활용해 기업의 제품을 평가하고 윤리적 기업 마크를 제품에 붙인 쇼핑가이드북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08년판 쇼핑가이드북에는 친환경 공산품,공정무역(fair trade) 제품,유기농산물,에코투어,친환경 금융상품 등 700여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녹색소비자들은 그린 유통업체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고객 충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유통업체는 단순히 친환경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물류의 녹색화,에너지나 용수 절감,실내 공기질 관리,환경보전과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경영의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영국의 막스앤스펜서는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속가능한 어장관리위원회(MSC)가 인증한 방식으로 잡은 어류만 판매한다. 이들 제품이 잘 팔리고 친환경 유통업체가 늘어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를 때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입하기 때문이다.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이나 행동은 요란스러울 필요가 없다. 우리 모두 녹색제품을 쓰고 녹색소비를 실천할 때 지구는 스스로를 정화시켜 그 푸르름을 되찾아나갈 것이다.

문승식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