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vs골드만 '이메일 내용' 공방…청문회 전초전

27일 미국 상원의 골드만삭스 청문회를 앞두고 상원 조사위원회와 골드만삭스 간 사전 공방이 치열하다. 양측은 서로 2007년 당시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청문회 전부터 '장외'에서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의 칼 레빈 위원장은 지난 주말 발표한 성명에서 "골드만삭스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상품 투자로 큰 수익을 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메일을 보면 골드만삭스가 이들 상품의 하락에 베팅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2007년 11월18일 작성한 이메일에 "우리는 모기지 시장의 혼란을 회피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돈을 잃었고,이후 쇼트(매도)포지션으로 잃었던 것보다 더 많이 벌었다"고 썼다. 이는 적어도 2007년엔 골드만삭스가 모기지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을 취했음을 드러낸 것으로,보유한 모기지 자산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만 쇼트포지션을 취했다는 주장과 상충되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또 다른 이메일에는 골드만 경영진이 2007년 말 일부 모기지 연계증권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골드만삭스의 임원인 도널드 멀른은 "우리가 상당한 돈을 벌겠군"이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이에 대해 루카스 밴 프래그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상원 소위가 2000만쪽에 달하는 문건 중 단지 4개의 이메일만 골라 공개했다며 "청문회 증언도 듣기 전에 결론을 내버린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자체적으로 사태 설명 자료를 만들어 공개했다. 핵심은 골드만삭스가 모기지 사업에서 큰 돈을 벌지 않았으며 내부에서도 모기지 시장의 방향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다. 2007년 모기지 사업에서 올린 수익은 5억달러 정도로 전체 수익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이 자료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와 함께 사기혐의로 제소한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이 2007년 문제가 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 당시 여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도 포함돼 있다. 그는 2007년 3월 보낸 이메일에서 "스팍스(모기지 사업 총괄)가 서브프라임 비즈니스는 완전히 죽었대.불쌍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얼마 가지 못할 거야"라고 언급했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시장이 붕괴될 것을 알면서도 가장 위험한 모기지로 구성된 CDO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청문회를 앞두고 이처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2명의 골드만삭스 주주가 블랭크페인 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피고들이 은행으로 하여금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계해 위험성이 큰 CDO를 매매토록 함으로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을 상대로 과실 규명을 요구하는 대표소송제 형식으로 제기됐다. 한편 레이먼드 맥대니얼 무디스 CEO는 지난 주말 신용평가사에 대한 상원 청문회에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주택 시장 악화의 심각성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했다"며 자신들의 업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