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날씨 쇼크'] 북극ㆍ태평양의 '고열현상'에 한반도 4월 기온 2.3도 낮아져

이상저온·일조량 감소 왜?
40년 만에 가장 적은 일조량을 기록하는 등 '봄 같지 않은 봄'이 계속되고 있지만 "왜?"라는 질문에 학계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극과 태평양의 '고열현상'이 한반도의 이상저온과 잦은 비의 주된 원인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고열'의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 일부에선 최근 줄어든 태양 흑점 수가 전 지구적인 한파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엇갈리는 분석 속에 기상청은 27일 "전국에 걸쳐 28일에도 소낙성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반도에 무슨 일이?올 봄철(3월1일~4월12일) 서울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도 낮은 5.6도를 기록,199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이달 들어서는 평년과의 온도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까지 서울의 4월 평균기온은 9.8도에 머물러 평년(12.1도)에 비해 2.3도 낮았으며 대전(10.2도),대구(11.5도),광주(11.4도),부산(11.4도) 등 전국 대도시 평균기온도 평년보다 2~3도가량 낮았다.

궂은 날씨 탓에 일조시간(햇빛이 구름 등에 가려지지 않고 지면에 도달한 시간)도 줄었다. 지난 3월 상순부터 4월 중순까지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247.1시간으로 평년치의 73% 수준에 머무르며 최근 40년 만에 가장 적은 일조량을 기록했다. 일조시간은 특히 최근(4월21~26일) 들어서도 서울 6일간 24.4시간,대전 22.8시간,대구 23.8시간,광주 32.8시간,부산 26.1시간 등으로 하루 평균 3.8~5.5시간에 그쳤다.

◆지구온난화 vs 자연스런 사이클기상청은 최근 이상저온 및 궂은 날씨로 인한 일조량 감소에 대해 북극과 태평양 지역의 '고열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냉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사 엘니뇨'도 이상기온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유사 엘니뇨는 중(中)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이 지역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한반도에 더운 공기가 많이 흘러든다. 정 과장은 "지난해 6월 시작된 유사 엘니뇨가 그해 12월 중 태평양 해수면 온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과 태평양의 고열이 거꾸로 한반도에 봄이 늦게 오게 만들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지구가 이처럼 열에 시달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크게 '지구온난화 탓'으로 보는 쪽과 '자연스런 기후변화 사이클일 뿐'이라는 반론이다. 하경자 부산대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이 잘 일어나고,공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나면 폭설 및 이상저온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연스런 사이클 중 일부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온실가스와 상관없이 지구는 자연의 거대한 사이클에 따라 더워졌다가 추워지기를 반복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지질학회지에 발표한 윤호일 박사는 "지구에 500년 주기로 4번 '소(小)빙하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최근의 이상저온은 11년 주기로 돌아오는 태양 흑점의 감소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안순일 교수(대기과학과)는 "태양 흑점의 개수가 지난해부터 굉장히 크게 감소해 태양으로부터의 에너지가 약화됐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