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굿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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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방송콘텐츠 수출(1억8358만 달러)은 전년보다 1.9% 늘어난 반면 수입(6594만 달러)은 202% 증가했다. 케이블 · 독립제작사 쪽 수입(6264만 달러)이 268%나 증가했기 때문이다(한국콘텐츠진흥원).IP TV 등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채널이 수입물 그것도 미국 콘텐츠로 거의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수치를 들먹일 것도 없다. 케이블이나 IP TV를 트는 순간 화면은 온통 미국 영상물 투성이다. '과학수사대(CSI) 라스베이거스' 편으로 시작된 미국드라마(미드) 열풍은 채널이 늘어나면서 각종 수사극을 끌어들였다. '과학수사대' 마이애미와 뉴욕 편은 물론 '뉴욕특수수사대''콜드케이스''NCIS(미해군범죄수사대)'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국내 드라마가 끊임없이 출생의 비밀과 복수,신데렐라 탄생과정을 확대 재생산한다면 미드에선 세상 온갖 범죄와 수사과정을 보여준다. 구성과 전개는 탄탄하고 스토리 또한 흥미롭지만 극의 속성상 잔인하고 야한 장면도 많다. 이러다 수사기법뿐만 아니라 범죄수법까지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적지 않다.
'굿 와이프(Good Wife,OCN)'는 그런 점에서 대다수 미드와 성격을 달리한다. 겉으로 내세운 장르는 법정수사극. 배경 또한 로펌과 법정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법정극을 넘어 가정극인 동시에 기업드라마적 측면도 지닌다.
주인공은 로펌의 수습 여성 변호사 알리시아 플로릭.극은 조지 타운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잘나가는 검사 남편을 만나 13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알리시아가 섹스 스캔들과 비리로 수감된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로펌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뒤늦게 뛰어든 변호사 생활은 간단하지 않다. 로펌에선 젊은 남성과 경쟁해야 하고,집에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아버지 일로 비뚤어지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은근슬쩍 접근해오는 남자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큰 일이다.
드라마는 그러나 이 모든 일을 감당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알리시아의 모습을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사무장 격인 칼린다 샤마의 치밀한 보조를 통해 여여(女女) 협력체제의 모델을 제시한다. 여성의 홀로서기를 보여준다면서 결국은 신데렐라 만들기나 여여 갈등을 조장하는 국내 드라마와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수치를 들먹일 것도 없다. 케이블이나 IP TV를 트는 순간 화면은 온통 미국 영상물 투성이다. '과학수사대(CSI) 라스베이거스' 편으로 시작된 미국드라마(미드) 열풍은 채널이 늘어나면서 각종 수사극을 끌어들였다. '과학수사대' 마이애미와 뉴욕 편은 물론 '뉴욕특수수사대''콜드케이스''NCIS(미해군범죄수사대)'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국내 드라마가 끊임없이 출생의 비밀과 복수,신데렐라 탄생과정을 확대 재생산한다면 미드에선 세상 온갖 범죄와 수사과정을 보여준다. 구성과 전개는 탄탄하고 스토리 또한 흥미롭지만 극의 속성상 잔인하고 야한 장면도 많다. 이러다 수사기법뿐만 아니라 범죄수법까지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적지 않다.
'굿 와이프(Good Wife,OCN)'는 그런 점에서 대다수 미드와 성격을 달리한다. 겉으로 내세운 장르는 법정수사극. 배경 또한 로펌과 법정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법정극을 넘어 가정극인 동시에 기업드라마적 측면도 지닌다.
주인공은 로펌의 수습 여성 변호사 알리시아 플로릭.극은 조지 타운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잘나가는 검사 남편을 만나 13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알리시아가 섹스 스캔들과 비리로 수감된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로펌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뒤늦게 뛰어든 변호사 생활은 간단하지 않다. 로펌에선 젊은 남성과 경쟁해야 하고,집에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아버지 일로 비뚤어지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은근슬쩍 접근해오는 남자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큰 일이다.
드라마는 그러나 이 모든 일을 감당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알리시아의 모습을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사무장 격인 칼린다 샤마의 치밀한 보조를 통해 여여(女女) 협력체제의 모델을 제시한다. 여성의 홀로서기를 보여준다면서 결국은 신데렐라 만들기나 여여 갈등을 조장하는 국내 드라마와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