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제까지 썼지만 또?…금연 상담사에 'SOS'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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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의 성공확률금연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회사가 급증하면서 속앓이를 하는 직장인이 많다. 회사 방침에 따라 금연서약을 했거나 금연펀드에 가입했는데 남몰래 종종 담배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발각되면 '불이익'을 당해서다.
담배피우면 승진도 못한다지만…본인의지로 끊는 비율 5% 불과
의사상담·약물치료 병행하면 금연성공률 30%까지 높아져
롯데백화점은 불시에 무작위로 흡연자를 가려내는 테스트를 시행 중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금연서약 후 실패하면 낸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뱉어내야 하는 금연펀드를 운용하거나,실패자에게는 사회봉사활동 명령이나 연봉 삭감 등의 불이익을 주고,해당 팀의 간부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연좌제를 시행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도 담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취업포털 커리어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흡연 중인 구직자 239명(남자 180명,여자 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스트레스로 흡연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77.8%에 달했다. 남자의 경우 이로 인해 줄담배를 피운다는 사람이 14.4%,평소보다 흡연량이 2배 이상 증가한 사람이 45.7%에 이르렀다.
이처럼 건강에 해롭고 직장생활과 취업에도 장애가 되는 흡연의 늪에서 벗어나는 길은 뭘까. 금연요법은 크게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으로 나뉜다. 그동안 이뤄진 많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할 경우 1년 후 성공률은 3~5% 정도다. 상담치료만 받는 경우 10%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의사와의 상담을 바탕으로 약물치료까지 받는 경우에는 30%까지 높아진다. 가장 대표적인 최신 약이 바레니클린(한국화이자의 챔픽스)이다. 이 약은 담배의 니코틴 대신 뇌내 니코틴수용체와 결합해 니코틴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방해하며 한편으로는 수용체를 부분적으로 활성화시켜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유도함으로써 흡연욕구를 낮추고 금연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해결한다. 니코틴 패치,니코틴 껌 등 니코틴을 체내에 공급해 흡연욕구를 억누르는 니코틴대체재는 성공률이 그 절반인 15%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연상담 전문의들은 하루에 10개비 이상 담배를 피워왔거나,기상 후 10여분 만에 첫 담배를 찾을 정도로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약물치료를 원칙으로 권고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요즘 인기를 끄는 금연보조제 등을 사용해 금연을 시도한 경우 자기 의지로만 금연한 경우에 비해 재흡연 위험도가 2.93배로 높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고유라 · 이재상 전문의팀이 1995~2006년 금연 때문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하고 나서 담배를 끊은 308명(남자 295명,여자 13명)을 대상으로 평균 9년4개월 추적조사한 연구 결과다. 조사대상자들이 금연보조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만큼 금연에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함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금연의지를 북돋우기 위해서는 의사와 금연상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2008년 미국 보건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료인의 금연에 대한 조언만으로도 금연성공률은 1.66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3분 정도의 금연상담이 필요하며 회당 상담시간이 길수록 성공률이 높아져 10분 이상이면 2.3배로 올라갔다.
주위에서 담배 끊는 요령을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다시 담배를 피우려는 금연시도자에게 핀잔을 주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격려 · 지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신뢰와 관심을 보여주고 금단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해야 금연성공률이 높아진다.
금연상담전화는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방법으로 꼽힌다. 전화는 자기 의지로 금연을 시도하는 경우보다 성공률이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담 형태로 볼 때 훈련된 상담사가 흡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능동적 방식이 흡연자가 걸어오는 전화를 받는 수동적 방식보다 1.41배나 높았다. 국내에선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립암센터가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무료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했을 때 금연성공률이 높아지며 최소 2년은 금연을 유지해야 재흡연하는 비율이 3%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철환 서울백병원 · 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