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전군 지휘관회의 첫 주재] 金국방 "3월 26일은 치욕의 날…통렬히 반성해야"

軍 자성목소리 봇물
"나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육군 A중장)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한 한 군단장은 회의가 끝나자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건군 이래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날 회의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태로 불거진 군 기강과 허술한 보고체계 등 군의 허점을 짚자,150여명의 육 · 해 · 공군 각군 지휘관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분위기를 반영하듯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으로 예정됐던 회의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천안함사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뼈아픈 자기반성,그리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며,더 강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결의를 굳게 다진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이 침몰한 3월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천안함사태를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또 "3월26일은 경계근무 중이던 우리 함정이 기습받았다는 데 대해 안보 태세의 허점을 드러냈고 소중한 전우가 희생됐다는 점에서 통렬히 반성하며,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군이 초기에 미숙한 대처로 국민의 안보 우려감을 자아내게 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추후 일사불란하게 가동되는 위기관리체계로 재정비할 것"이라며 "침투 및 국지 도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군사력 건설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남북 분단과 대치 상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군내의 '항재전장'(항상 전장에 있는 것처럼 인식) 의식이 다소 이완된 점을 감안해 정신 재무장을 통해 강한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대세력 도발 징후에 대한 정보 감시 태세 보강과 초동 조치 및 위기관리체계 보완,군사력 건설 방향 재조정 및 검토 등의 방안을 제시한 뒤 "한 · 미 연합 대잠훈련을 강화하고 현재 운용 중인 전력의 취약 분야를 우선적으로 보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