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청약금 19.8조…경쟁률 40대 1(상보)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19조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대표주관사 한국증권에 따르면 4일 주관사 및 인수사 6개 증권사에는 전날 3조1820억원과 합쳐 19조8444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들었다.공모물량 888만7484주 모집에 3억6080만7680주의 청약이 이루어졌다. 청약경쟁률은 40.60대 1로 집계됐다.

◆청약증거금 역사상 최대규모…KT&G 11.5조 훨씬 웃돌아

청약증거금 유입액만 보면 삼성생명은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합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전날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은 삼성생명은 이날 시중자금을 급격히 빨아들였다. 시간당 2조~3조원 가량이 급격히 유입됐고 오후 1시께 10조원의 벽을 깼다. 이후에도 자금유입세는 계속됐고 결국 19조원을 넘어서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민간 기업 중 종전까지 최대 규모는 2007년 상장한 삼성카드로 당시 5조9570억원이 몰렸었다. 공기업으로는 1999년 KT&G다. 공모 당시 11조5746억원의 청약증거금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도 기록적이었다. 증권사별로는 우리투자증권이 80.53대 1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동양종금증권이 51.73대 1을, 삼성증권이 43.43대 1을 각각 나타냈다. 신한금융투자(35.10대 1), 한국투자증권(36.07대 1), KB투자증권(35.78대 1) 등도 30대 1을 넘어서면서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하지만 경쟁률이 40대 1을 넘어서면서 실제 배정받는 물량은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령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배정받는 물량은 50만원(증거금율 50%) 어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중자금 빨아들인 블랙홀…증시로 유입가능성은?삼성생명 청약에 이 같이 투자자들의 돈이 쏠리게 된 이유는 시중자금이 갈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 중반까지 떨어졌고 은행 예금금리도 2%대로 추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낮은 위험도에 고수익이 가능한 공모주 청약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생명 청약을 앞두고 증시주변 자금들은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지난달 28일 사상 최고치인 42조4043억원 기록했지만 며칠 사이에 1조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지난달 30일 하루동안 2조4488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에서 신규로 발생한 대출금(담보+신용)은 약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날에만 약 400억원의 대출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에 풀린 자금이 어디로 갈 것인지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엄청난 자금이 몰린 만큼 증권사들이 오는 7일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청약자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자금도 수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각종 금융상품을 내놓는 것은 물론, 증권사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과 삼성생명에 일정을 미뤘던 기업들도 기업공개(IPO)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스팩 10곳을 비롯해 46개사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도 올 들어서만 13곳이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 2곳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하지만 증시로 자금이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청약으로 많은 자금들이 풀렸지만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위한 자금에서 청약을 했다기 보다는 낮은 위험도에 자금을 굴리기 이한 용도로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