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담아낸 심청의 수중발레…유니버설발레단 또 하나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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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일 예술의전당서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 심청이 뱃머리에서 가냘픈 몸을 내던지면 1막의 끝을 알리는 커튼이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대형 스크린에 심연으로 가라앉는 심청의 애절한 몸짓과 구원의 손이 등장한다. 수중에서 펼쳐지는 심청과 용왕의 움직임이 마치 무대 위의 '파드되(2인무)'를 닮았다. 한 편의 뮤직 비디오 같기도 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이 첨단 디지털 영상과 만났다. 이 발레단의 대표적 레퍼토리인'심청'이 24주년을 맞아 새롭게 변신한 것.무대라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스크린 장치를 발레 무대에 도입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이후 장면을 5m 깊이의 수족관에서 영상물로 제작한 것이다. 경기도 포천의 한 세트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죽음을 기다리는 심청의 공포와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고스란히 담았을 뿐만 아니라 용궁이라는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발레 동작까지 구체화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막의 마지막 장면을 위해 2000만원을 들였고 세 명의 남녀 무용수가 무려 13시간 동안 물 속에서 춤을 췄다. 문훈숙 단장은 "발레 '심청'의 하이라이트인 1막 인당수 장면과 2막의 용궁 장면에서 환상적인 수중 영상을 사용했다"며 "1986년 초연 당시 전통적인 이야기를 서양 발레로 풀어내 아날로그 세대를 감동시켰다면 올해는 디지털 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춤과 영상예술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심청'은 국내 창작 발레로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공연됐고 뉴욕 링컨센터,워싱턴 케네디센터,LA뮤직센터 등 세계 10개국 40개 도시의 유명 극장에서 150여 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올해에는 색다른 면이 더 있다. 2001년 '심청' 공연 중 발목 부상을 당해 은퇴했던 '제1대 심청'인 문 단장이 프롤로그에서 회상에 잠긴 중년의 심청으로 잠깐 출연한다. 문 단장이 무대에서 발레 슈즈를 신은 건 9년 만이다.
1막에선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2막과 3막에선 각각 수중세계와 아버지와 재회하는 궁중 연회 모습을 그린다. 특히 1막의 선원들이 펼치는 남성 군무와 심청의 고공낙하 장면,2막에서 심청과 용왕이 펼치는 파드되,3막의 여성 궁녀들이 추는 군무 등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초연 때 안무 골격과 음악을 외국인들이 담당했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정서가 곳곳에 녹아있는 점도 흥미롭다. 황혜민 · 강예나 · 안지은 · 강미선 · 한서예 등 5명이 각기 다른 색깔의 심청을 연기한다. 24~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만~8만원.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