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분만 컬럼-13>모유는 아기 두뇌 발달과 신체 건강 위한 완전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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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은 엄마의 몸에서 젖이 생성된다는 것,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수유 행위는 단순히 아기에게 영양을 섭취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젖을 통해 정신적 문화, 신체적 특징까지 전해지는 것은 물론 특별한 운명을 함께 한다는 의미로도 인식되었다. 그래서 어떤 문화권에서는 ‘젖을 나누어 먹은 사이는 한 배에서 난 형제만큼 가까운 사이’로 통하기도 한다.
‘출산과 육아의 풍속사’라는 책을 보면, 유럽에서는 ‘젖’을 피가 익어서 하얗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임신 중에 태아는 태반을 통해서 전달되는 모체의 피로 발육하는데, 출산 이후에 할 일이 없어진 그 피가 유방으로 올라와 열처리되어 즉, 푹 익어서 젖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임신과 수유의 연계성을 참으로 잘 설명한 풀이가 아닐 수 없다.
옛날에는 모유 밖에 먹일 게 없었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오늘날에는 모유의 가치가 의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필수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모유를 대체하는 분유가 많이 제조되면서 상대적으로 모유 수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유가 얼마나 산모와 아기에게 장점이 많은 지를 알게 된다면 다소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모유수유에 대한 열정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모유는 아기에게 얼마나 좋은 식품일까?
모유는 완전식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영양소와 면역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우선 모유 속에는 아기의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한 DHA와 아라키돈산 등의 물질이 적절한 비율로 들어 있다. 아기들의 두뇌는 급속히 성장하면서 뇌의 크기가 커질 뿐 아니라 뇌세포가 성숙되고 세포간 연결이 이루어지는데, 모유의 독특한 성분이 이런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모유 속의 DHA는 분유의 인공 DHA에 비해 다른 성분들과 황금 비율로 구성되어 있어 아기의 두뇌 발달에 더욱 좋고 흡수율도 뛰어나다. 그래서 모유수유를 하는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IQ가 8~9 정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미숙아일수록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미숙아를 출산한 엄마일수록 꼭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 모유에는 또한 각종 면역 물질과 항체를 포함하고 있어 감염 질환의 발생을 현저히 줄여주고 천식이나 습진, 임파종, 당뇨 등과 같은 비감염성 질환의 발생도 줄여준다. 또 생체 이용률이 높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빈혈 발생이 적다. 젖을 빨 때는 분유를 빨 때보다 60배의 힘이 들기 때문에 안면근육 운동으로 턱과 치아가 발달하게 되고 뇌 혈류량이 많아져 뇌 발달이 촉진된다.
모유수유는 엄마에게도 이점이 많다.
아기가 젖을 빨 때 반사적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자궁을 수축시키고 산후 출혈을 줄인다. 또한 젖 분비 호르몬이 분비되어 배란이 억제되므로 6개월간 3시간 간격 수유 유지시 98% 자연 피임 효과가 있다. 임신 중 불어난 체중 때문에 걱정하는 산모들이 많은데, 젖을 먹이면 칼로리 활용이 높아져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된다. 모유수유는 엄마의 칼슘 대사를 촉진시켜 골다공증 발생을 줄여주고,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발생 빈도도 감소시킨다. 인공 수유를 하는데 따른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모유수유를 통해 엄마와 아기 사이에 강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모아 애착 형성은 아기의 정서적 안정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아기가 자라서 세상에 나갔을 때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데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애착 형성에 성공하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이 형성되지만 애착 형성에 실패하거나 애정 결핍이 생길 경우에는 세상에 대해 부정적, 비관적 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엄마 품에 안겨 힘차게 젖을 빨다가 만족감에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아기를 보고 애정이 샘솟지않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 아기에게도 두려움과 긴장,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엄마의 젖가슴이 최고일 것이다.
(도움말=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