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환경 급변] 한은 "필요하면 돈 풀겠다"

금융·외환시장 점검 긴급회의
달러도 부족해지면 적극 공급
한국은행은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자금 경색이 빚어질 경우 자금을 적극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은 23일 이주열 부총재 주재로 금융 · 외환시장 상황 점검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은은 금융 · 외환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정부와 협의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개시장 조작 등을 통해 시장안정을 적극 도모키로 했다. 공개시장 조작이란 한은이 통화안정증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한은 관계자는 "만약 시중에 자금이 부족해지는 기미가 나타나면 돈을 적극 풀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중반 이후 시중에 자금이 넘쳐 자산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펴 왔다. 한은에선 특히 달러 등 외화도 필요한 경우 적극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외화를 실제 공급할 때는 기획재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남유럽 재정문제 등으로 가파르게 치솟은 환율이 추가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생각하는 적정 환율 수준이 1150원 안팎인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며 "환율이 일시 1200원을 웃돌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1150원 근처로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내부에선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다소 늦춰야 한다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박이 발생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바짝 다가왔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유럽 문제로 한국의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속한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은은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지원 목적의 총액한도대출 규모도 현 10조원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당초 생각했던 출구전략의 시행 시점이 적정한가 여부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올해 기업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보증 규모를 줄이겠다고 예고해 왔다. 하지만 자칫 섣불리 밀어붙일 경우 대외경제 상황 악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가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 중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