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천안함' 담화] "참을 만큼 참았다" 北정권 근본변화 촉구

李대통령 對北 메시지 의미는…
대북 대응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김정일 대신 北 전체에 책임 추궁
"남북이 풀어야" 대화 여지는 남겨
이명박 대통령은 호국영령 흉상이 좌우에서 지켜보고 있는 호국추모실 복도를 혼자 20초가량 걸어 나왔다. 6 · 25 전쟁 등에서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21명의 흉상을 뒤로한 채 마이크를 잡은 이 대통령은 시종 단호하고 비장한 표정이었다. 뒤에는 호국영령과 함께 태극기를 배치했다. 이 대통령의 24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진행됐다. 여러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과거 현재 미래 담아"담화문 발표 장소로 평택 2함대 사령부도 검토했지만 전쟁기념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쟁기념관은 전쟁과 평화란 양면적 의미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 · 25전쟁 6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천안함 침몰이라는 사태가 빚어져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뜻과 함께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소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담화는 한반도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 사태는 과거 정권의 잘못된 대북 정책이 가져온 결과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46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앉아서만 당할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만행에 대해 참고 또 참아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교류협력을 위한 뱃길이 더 이상 무력도발에 이용되도록 할 수 없다"며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이용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고 우리 소유의 재산까지 일방적으로 몰수했다"며 남북 교류 협력 중단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및 대남 위협 행위 선제 관리,북한의 영해 영공 영토 무력침범 시 즉각 자위권 발동,남북 경협과 정치 · 군사적 신뢰 구축의 연계를 담은 적극적 억제 개념 도입은 북한의 위협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들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한민족 공동번영,나아가 평화통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무엇이 북한 정권과 주민을 위한 것인지 용기있는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반도를 더 이상 동북아의 위험지대로 내버려둬선 안된다"며 "남북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직접 거론 않은 이유는

청와대는 당초 북한의 책임을 물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담화문에 직접 거론할 것인지를 놓고 막판까지 조율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 '북한 당국'이라고 범위를 넓혀 포괄적인 책임을 물었다. 천안함 침몰이 김 위원장을 포함한 어느 특정 개인의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북한체제 전체를 향한 책임추궁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개인을 거명하기보다는 김 위원장과 아들,그리고 군부를 총칭해서 촉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에게 이번 도발을 스스로 수습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전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