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나로호 폭발의 후유증

한국의 첫 우주로켓 나로호가 두 번 연속 임무수행에 실패하면서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프로젝트의 중심에 섰던 항공우주연구원이 공중폭발의 원인과 재발사 일정 등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차발사에 문제가 없다" "기술적 분석 결과를 봐야 안다" 등등.이런 논란 속에 러시아 측의 비협조로 실패 원인 규명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나로호는 재발사 준비과정에서도 상당한 혼선을 빚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기립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당시 현장 취재진에 "전기신호가 불안정해 (발사가) 힘들겠다 판단했는데 (로켓이) 눕혀진 상황이라 세워서 점검해보자는 생각에…"라고 실언을 했다.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는데 기립을 강행한 것인가"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뒤늦게 해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날 김중현 교과부 2차관과 취재진 간 티타임 때도 계속됐다. 김 차관은 "모든 상황이 최적"이라며 별다른 질문을 받지 않았다. 발사대가 소방용액으로 뒤덮여진 9일 밤,교과부는 "문제 해결에 시간이 소요될 듯 보인다"며 발사 일정 순연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10일 오전이 되자 별안간 "발사대 상황이 최적"이라며 발사를 강행했다.

10일 발사 실패 직후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한 채 황급히 프레스룸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프레스룸은 고성이 오가며 난장판이 됐다. 얼마 되지 않아 "프레스룸은 곧 폐쇄될 것이며 향후 브리핑은 없다"는 짤막한 공지가 나왔다. 이번 발사과정에서 로켓과 발사대 상황이 '최적'이란 말은 항우연 · 교과부 양측으로부터 숱하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켓이 공중 폭발한 것은 그만큼 기술적으론 실패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발사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사실 나로호관리위원회는 행정관료 중심으로 꾸려졌다"며 "보고체계를 준수하는 것 이상으로 할 일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나로호 발사 시점을 결정하는 데 기술적 판단 외에 다른 변수가 작용하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이해성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