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경제판례] "재건축 사업비에 포함된 부가세, 소형입주자가 부담했다고 볼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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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2심 판결 뒤집어서울 강서구 화곡1주구 재건축단지에서 전용면적 60㎡ 아파트를 분양받은 조합원 A씨는 2008년 입주한 뒤 관리처분 내역서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건축비에만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10%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비에 반영된 것이다. A씨 등 조합원 700여명은 중대형 아파트를 배정받은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부가세를 전체 조합원이 나눠 냈다며 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 · 2심 재판부는 "전용 85㎡ 이하를 배정받은 조합원에게도 부가세를 공동 부담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최근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형 평형 공사비 부가세를 총사업비에 포함한 것만으로 소형 평형 조합원이 부가세를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건축비의 10%인 부가세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만 부과되며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면제 대상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부가세가 분양가에 포함돼 있느냐의 여부였다. 조합 측은 추정비례율을 결정하는 분양 총수입에 부가세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인근 지역 3개 아파트단지를 비교했는데,해당 단지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은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 · 2심은 "분양 총수입에 부가세가 포함됐다고 볼 증거가 없고,부가세를 공동 부담하려면 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특별결의가 필요하지만 절반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일반결의에 따랐기 때문에 무효"라며 "부당하게 부담시킨 부가세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합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조합이 참조한 인근 지역 아파트는 재건축조합 공급 세대 중 일반 공급분으로서 그 분양가격은 통상적으로 조합원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된다"며 "일반 공급 아파트의 분양가에 신축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가세를 반영하지 않고 조합이 대신 부담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총사업비에 부가세가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분양 총수입도 증가하기 때문에 추정비례율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재건축조합과 중소형 평형 조합원들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2심에서 조합 측이 패소하자 부동산업계는 전국 재개발 · 재건축조합에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했다. 재개발 · 재건축 조합들이 관행적으로 부가세를 모든 조합원에게 공동 부담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로 부가세를 둘러싼 분쟁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광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다수의 조합은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사례비교법의 분양가에는 부가세가 포함돼 추정비례율에는 변동이 없고,부가세가 부당하게 소형 평형 입주자에게 전가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