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 (96) 미래엔컬처그룹‥교과서 60년 '맏형'…지식콘텐츠 기업 꿈꾼다

협찬 :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김구용,박경리,최인호,조정래,이문열,박완서,신경숙,김후란….한국문단을 이끌어온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이다. 현대문학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상으로 매년 3월 소설 시 평론 희곡 등 4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로 55회째를 맞은 이 상은 1955년 1월 현대문학 창간을 기념해 미래엔컬처그룹 창업주 김기오 회장(1900~1955년)이 그해 제정했다.

김광수 명예회장(85)은 "창업주께서는 한국전쟁 뒤 국내 순수 문예지였던 '문예'가 종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독립국가에 문예 전문지가 없다는 것은 더없는 수치요,문화적 두뇌마비'라고 개탄하면서 현대문학을 서둘러 창간했다"고 말했다. 미래엔컬처는 국민문화 계몽이라는 취지로 탄생한 인쇄출판업체다.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에 검거돼 심한 고문을 당해 그 후유증으로 다리까지 절단한 창업주 김 회장은 1931년 서울에 고학당을 세우고 인쇄사업을 시작한다. 고학당은 일제의 억압으로 곧 문을 닫았고 5년 뒤 문화당을 설립해 극장광고물 약품광고물 등을 인쇄하면서 사업을 일궈 나갔다.

해방 후 한글교과서가 필요했던 정부는 김 회장에게 실업계 교과서 편찬을 요청한다. 이때 김 회장은 문화당을 포함, 전국의 서적상을 주주로 참여시켜 1948년 대한교과서를 설립하고 교과서 출판(10종 19권 발행)에 전념했다. 한국전쟁 통에는 해군 함정을 이용해 활자 등 인쇄설비를 부산으로 옮겨 교과서를 찍었다.

소년,현대문학,아동교육 등 잡지를 잇따라 창간하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치던 김 회장은 1955년 고문 후유증으로 운명을 달리한다. 이렇게 되자 창업주의 일가붙이로 1939년부터 김 회장 집에서 의탁해 온 김 명예회장이 입양돼 가업을 이었다. 인쇄소를 짓고 교과용 전용 도서체인 '대교체'를 개발하고 '새소년' 잡지를 창간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김 명예회장은 금배지를 달면서 1980년 아들 김필식 대표에게 가업(3대)을 잇게 했지만 김 대표가 간암으로 1987년 사망하는 바람에 다시 경영일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정부로부터 인수한 국정교과서는 얼마 뒤 골칫덩이가 된다. 그동안 국정교과서가 독점해온 초등학교 교과서 발행을 투자비도 건지기 전에 정부가 입찰 방식으로 바꾼 것.이후 초등학교 교과서 출판 물량이 25%(현재 20% 정도)로 뚝 떨어져 경영 압박을 받았다. 김 명예회장은 "당시 국정교과서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 3년치 이익금을 더한 액수를 입찰금액으로 써 낙찰받았다"며 "지금은 공장터 일부를 교과서박물관으로 운영하는데 몇 년간 맘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김 명예회장이 미국 보스턴대(경영학 전공)를 졸업하고 미래에셋증권에 다니던 손자 김영진 대표(36)를 불러들인 것은 2002년.여전히 국정교과서 인수 후유증이 남아 있을 때였다. 김 대표는 교과서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자 유아부터 성인 대상 출판물과 참고서,인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출판물은 유아용 도서 '아이세움'을 비롯 성인 단행본 도서 '북폴리오',유아 교육도서 '아이즐북스',어린이 · 청소년도서 '휴이넘',영어 전문도서 'ENG-up' 등을 잇따라 내놨다. 특히 5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2007년에 첫 도전한 중 · 고교 검정교과서는 영어 수학 16권 중 8권을 합격받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에서 19권을 제출,모두 검정교과서로 인정받았고,올해도 52권 중 36권이 통과돼 합격률 1위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참고서는 수학 언어 중심으로 집중 투자해 차별화시켜 나가고 있다"며 "매년 신간과 개편서 400권을 발행하는 위상에 걸맞게 올해도 150억원을 도서개발 비용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유치원 운영 업체인 에듀케어를 2007년에 인수,유아시설교육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교구로 수학을 배우는 '아담리즈수학',프리미엄 통합놀이학교 '위버지니어스',신체발달 놀이교육 '짐슐레' 등 3개 분야로 나눠 전국에 6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쇄 분야에서도 디지털 인쇄판 출력 시스템과 친환경 무습수 인쇄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국내 인쇄 발전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상업인쇄물 제작을 통해 연간 1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5년부터는 중국 태국 대만 일본 등 8개국에 인쇄물이 아닌 고부가가치 출판권 및 콘텐츠 수출로 연간 30억원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캐릭터 비즈니스,e북 비즈니스,교육서비스사업 등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60주년을 맞은 2008년 교과서 출판사라는 이미지에서 '지식 정보 문화를 창출하는 미래 창조기업'이라는 의미로 사명을 미래엔컬처그룹으로 변경했다"며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향후 5년 내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올해는 1050억원에 영업이익 2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